극장ㆍ커피숍ㆍPC방ㆍ패스트푸드점 등 '텅텅'…"지원책 절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그 많던 장병들이 엊그제부터는 찾아볼 수가 없네요…"
[르포] 뚝 끊긴 발길…코로나19 장병 외출금지에 파주 경기 '냉골'
23일 경기 파주시 경의·중앙선 금촌역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오모(60)씨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4년 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그는 "지난해 가을 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연말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힘들었다"며 "어제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병들의 외출·휴가가 전면 금지돼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국방부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22일부터 전 장병의 휴가, 외출, 외박, 면회 통제에 들어갔다.

오씨는 "지난주 장병들의 외출, 외박 통제가 이뤄진다는 소식에 목요일부터 그 많던 장병들이 보이지 않았다"며 "어제 전역 장병 2명이 가게 앞을 지나가는 걸 보고는 더는 군인 구경은 못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주말이면 면회 온 부모와 병사들이 20팀가량 우리 식당을 찾았는데, 어제는 1팀도 없었다"며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라고 했다.

금촌역 바로 앞 한 군인용품점에는 TV 소리만 텅 빈 가게를 채웠다.

"어제부터 장병 외출·외박·휴가가 통제됐는데 장사가 어떠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점주 이모(62)씨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르포] 뚝 끊긴 발길…코로나19 장병 외출금지에 파주 경기 '냉골'
그는 "열흘 전까지는 하루에 20여명의 장병이 찾아 군복 수선도 하고 용품도 사고 했는데, 21일부터는 군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어제는 손님이 하나도 없어 일찍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사들이 밖으로 못 나오니 장사하기는 더 힘들 것 같다"며 "국방개혁으로 인한 군인 감소와 ASF, 코로나19까지 파주지역 상권이 곤두박질쳐 견뎌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요즘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거리가 썰렁하다"며 "아침저녁으로 역 앞에는 빈 택시들만 가득하고, 손님은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씨의 가게 길 건너 맞은편 대형 건물에는 극장, 커피숍, PC방, 햄버거 가게가 입점해 평소 군인들의 '성지'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도 코로나19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물 2층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평소 손님의 85%가 군 장병이었는데 20일부터 장병들의 발길이 끊겼다"면서 "지난해 가을 컴퓨터 등 장비 80대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이제 장사가 좀 되려는데, 장병들의 외출 금지로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르포] 뚝 끊긴 발길…코로나19 장병 외출금지에 파주 경기 '냉골'
인근 문산읍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산읍에서 12년간 택시를 운전한 윤모(58)씨는 "손님 70% 이상이 군인인데 어제, 그제는 구경도 못 했다"면서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군 당국이 특단의 대책으로 장병의 휴가와 외출 등을 통제하고 있지만, 통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파주지역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군 당국의 조처를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피해를 보는 지역 상권을 위한 강도 높은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