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기업사냥' 주범 징역 8년…유망기업 인수 후 돈 빼돌려
코스닥 상장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합병(M&A)한 뒤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쇄 기업사냥꾼' 일당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문성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코스닥 상장사 지와이커머스의 실질 사주 이모(63) 씨에게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업체의 대표 이모(45) 씨 등 3명은 징역 2년 6월∼3년에 집행유예 3∼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지와이커머스 이사 박모(55) 씨 등 2명은 무죄로 풀려났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고의로 회사 자금을 유출한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유출 금액을 피해자 회사에 반환했다는 점도 사후 일부 반환한 것에 불과해 횡령 및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자회사에 돈을 빌려줘 회사를 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실질 사주 이씨에 대해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했음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해 죄책이 무겁다"며 "수사가 시작되자 실체가 드러나지 않게 방해했고, 이전에도 횡령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사주 이씨의 지시를 받아 범행했고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늘어나지 않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7년 4월 전자상거래 업체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하고 회사가 보유한 자금 500억원을 페이퍼 컴퍼니에 대여한 것처럼 꾸미는 등의 방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뒤 회사에 연대보증을 떠넘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2016년 매출액 276억원으로 기업 간 전자상거래 업계 1∼2위를 달리던 지와이커머스는 회사 자금 사정 악화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씨는 증권가에서 악명 높은 기업사냥꾼으로, 지와이커머스 외에도 인네트와 핸드소프트, 레이젠, KJ프리텍을 차례로 인수해 자금을 빼돌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기반으로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하고, 이번엔 조선기자재 업체 인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상태에서 덜미가 잡혔다.

이씨가 인수했던 레이젠은 상장 폐지됐으며 KJ프리텍과 지와이커머스는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검찰은 이씨 일당이 스스로 수억 원대 연봉을 책정해 수령하고, 최고급 차량을 회사 명의로 리스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며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드나든 것으로 파악했다.

'개미도살자'로도 불린 이들 일당의 불법 행위 때문에 피해를 본 소액주주는 1만명, 피해액은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