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의료진, 잠복기 이후 발병 근거 없어…"무증상 감염자로 봐야"
코로나19 28번 환자 '잠복기 미스터리' 풀리나…"회복기 확진"
국내에서 '잠복기 14일' 논란을 불러일으킨 28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는 잠복기 이후 발병했다기보다는 회복기에 접어든 상태에서 확진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료진 소견이 나왔다.

이 환자는 코로나19의 최대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이 지나 확진됐다.

국내에서 잠복기 경과 후 양성 판정을 받은 첫 사례로, 잠복기를 지난 발병인지 무증상 감염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잠복기 14일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환자를 담당한 명지병원 의료진들은 잠복기 이후 발병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12일 "28번 환자는 특이 상황이 아니라 증상 자체가 매우 경미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들은) 회복기에 확진된 사례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최강원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상 잠복기는 병원체에 노출된 순간부터 첫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인데 이 환자는 (뚜렷한) 첫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잠복기를 확정할 수 없다"며 "무증상 감염, 불현성 감염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불현성 감염은 병원체가 몸 안에 들어가 잠복기가 지난 후에도 겉으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무증상 감염과 유사한 상황에 사용한다.

명지병원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달 21일 성형외과 수술을 받은 뒤 그날부터 28일까지 진통소염제를 복용했다.

진통소염제 복용으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의료진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진통소염제 복용이 종료된 후에도 뚜렷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입원 치료 중인 현재도 증상이 거의 없다.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1차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올 정도다.

이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바로 퇴원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환자는 증상이 사라진 후 24시간 간격으로 진행되는 두차례의 실시간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의사 판단하에 퇴원할 수 있다.

신종코로나 국내 28번째 확진환자 발생…3번 환자의 지인 / 연합뉴스 (Yonhapnews)
다만 의료진들은 28번 환자의 무증상 감염이 곧 무증상 전파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 이사장은 "환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경미한 증상이 있을 때 무증상 감염 사례로 분류될 수 있지만, 증상 없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감염병 전문가도 이 환자가 잠복기 이후 발병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봤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8번 환자는 8일 신종코로나 검사에서 경계선상 결과였으므로 이때부터 확진이라고 봐야 한다"며 "잠복기 내 무증상 감염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28번 환자는 30세 중국인 여성이다.

3번 환자(54세 남성, 한국인)의 지인으로, 두 사람의 마지막 접촉일은 지난달 25일이다.

3번 환자가 지난달 26일 확진돼 자가격리 대상이 됐다.

자가격리 해제를 앞둔 지난 8일 시행한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의 경계선상에 있는 결과가 나와 재검사를 받았다.

결국 28번 환자는 3번 환자와 마지막 접촉한 날로부터 16일만인 이달 10일 확진됐다.

▲중대본은 28번 환자 사례를 계기로 접촉자 관리 방침을 손볼 예정이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접촉자 관리를 할 때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 복용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