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종속적 고용관계 아니라면 산재보험급여 의무 없어"

이삿짐을 나르던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더라도 운송업체와 종속적인 고용 관계가 아니었다면, 업체가 산재보험급여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행정1부(강경숙 부장판사)는 이삿짐 운송업체 사업주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피고(공단)가 원고(A씨)에게 한 산재보상보험급여 5천200만원 징수 처분을 취소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일용직으로 이삿짐을 나르는 B씨는 2016년 8월 9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에서 운반용 리프트에 탑승해 침대 매트리스를 옮기다가 중심을 잃고 27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B씨 유족은 사업주를 A씨로 지정해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재해 경위를 조사한 공단은 B씨가 A씨 업체 소속 근로자라고 판단, 업무상 재해로 승인하고 산재보험급여와 유족연금을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산재보험료징수법에 따라 'B씨 유족에게 지급한 유족급여의 50%인 5천200만원을 산재보험급여액으로 징수한다'고 A씨에게 통지했다.

A씨는 이 처분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B씨를 정식으로 고용한 적이 없으며 B씨는 독자적으로 작업을 수주했으므로, B씨와는 사업주와 근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원고는 만취 상태로 작업하다가 과실로 재해를 당했고, 작업과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업무상 재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와 별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월급을 받지도 않았으며, 이사 현장에서 근무하고 일당 형태로 급여를 받았다"면서 "사고가 난 이삿짐 작업 계약은 B씨 지인과 화주 사이에 이뤄졌고, A씨는 계약 체결이나 금액 결정 등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원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거나, 원고가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따라서 B씨가 원고의 근로자이고, 원고가 그 사업주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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