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청결한 여행자 10% 늘면 확산 속도 24% 떨어져
MIT 연구진, 저널 '위험 분석'에 논문
"공항에서 손 씻기가 전염병 확산 차단의 관건"
항공 여행객이 공항에서 손을 잘 씻기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같은 전염병의 유행을 차단하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 과학자들이 전염병 확산 모델과 데이터베이스 모의실험을 기반으로 진행한 이 연구 결과는, 저널 '위험 분석(Risk Analysis)' 2월호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와 별개로 MIT는 10일(현지시간)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올바른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부각돼 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일상적인 손 씻기의 전염병 방역 효과를 계량적 기법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어느 나라든 공항은 의자 팔걸이, 무인 체크-인 키오스크, 보안검색대 개인용품 트레이, 화장실 문손잡이 등 접촉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매개체들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공항을 찾는 여행자들은 개인위생을 위한 손 씻기에 놀라우리만치 둔감하다고 MIT 연구팀은 지적한다.

연구팀이 미국 미생물학회(ASM) 등의 과거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공항에 나온 여행자 가운데 손이 청결한 경우는 약 2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서 손이 청결하다는 건 비누와 물로 15초 이상 손을 씻은 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나머지 80%는, 만약 자신이 어떤 병원체에 감염됐다면 만지는 것마다 병원체로 오염시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ASM 조사에선 화장실을 사용한 뒤 70%만 손을 씻고, 그중 절반은 잠시 물로 헹구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장실을 쓰고 비누와 흐르는 물로 10~20초간 손을 제대로 씻는 경우가 10명 중 세 명 남짓이라는 의미다.

공항에 온 여행자 가운데 손이 청결한 사람이 5명 중 1명꼴밖에 안 된다는 추론은, ASM의 화장실 사용 후 손 씻기 행태 조사 결과, 공항 내 각종 물체를 통한 접촉 감염 가능성 등으로 종합적으로 반영해 분석한 결과다.

만약 세계의 모든 공항에서 여행자의 60%가 항상 손을 청결하게 유지한다면, 전염병의 세계적인 확산 속도는 70%가량 늦춰질 것으로 연구팀은 예측했다.

모든 공항에서 손이 청결한 여행자가 10% 증가하면 전염병 전파 속도는 24%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모든 공항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바이러스 발원지를 중심으로 주요 공항 10곳에서만 여행자 손 씻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해도 전염병 확산 속도는 37%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손이 청결한 여행자 비율을 10% 포인트 올리는 건, 여행자 교육, 홍보 포스터 게시, 공항 안내 방송, 공항 내 손 세척 시설 접근성 개선 등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지흐리스토스 니졸라이데스 박사(현 키프로스대 교수)는 "간편하게 손을 씻는 싱크대(세면기)를 공항 화장실 밖 등에 많이 증설하는 게 여행자의 손 씻기 확산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논문의 작성에는 니졸라이데스 박사 외에 루벤 후아네스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