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발 매장 관리하는 매니저, 위탁계약 맺었어도 근로자"
신발 판매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백화점 등의 매장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신발 수입·판매사인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전국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 40여곳을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판매 계약을 체결한 매니저들을 이용해 관리했다.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금을 일정액 주고, 매출액에 따른 수수료를 매니저가 가져가도록 한 구조다.

A사는 부산의 백화점·아웃렛 매장 매니저로 일하던 B씨와 재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자 2017년 11월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B씨가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라며 노동 당국에 구제 신청을 했다.

중노위가 이를 받아들이자 이번엔 A사가 불복해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 역시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계약 내용을 우선해 따져보면 B씨를 포함한 매장 매니저들은 A사에 고용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A사가 웹사이트를 이용해 목표 매출액과 판매현황 등을 보고받았고, 단체 채팅방을 통해 매장 진열상태 등을 관리한 만큼 근로자성의 인정 기준 중 하나인 '지휘·감독'이 이뤄졌다고 봤다.

단체 채팅방에서 출근 여부 확인이 이뤄진 정황은 '사용자가 지정한 근무시간·장소에 노무 제공자가 구속'된다는 요건을 충족했다.

재판부는 또 수수료 외에 유지지원금 명목으로 매달 일정액의 돈이 고정적으로 지급된 만큼, 일종의 '기본급'이 지급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비록 B씨가 일하는 동안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재판부는 "이런 사정은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이라며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렇게 B씨가 근로자로 인정되므로 계약 종료는 해고에 해당하는데, A사가 주장하는 해고 사유가 정당하지 않으므로 부당해고라고 결론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