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에 손님 발길 '뚝'…부산 재래시장 휘청
[르포] "온종일 문 열어도 마수걸이 못 해" 자갈치시장
"아침 9시에 나왔는데 지금 오후 3시까지 마수걸이(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도 못 했어요.

"
7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기대하는 상인은 아무도 없었다.

시장 1층 출입문을 열자 텅 빈 테이블과 의자 앞에선 한 상인은 기운 빠진 모습으로 "고기 사러 왔어요? 먹고 갈래요?"라는 말을 건넸다.

"아니요"라는 대답과 동시에 깊은 한숨이 이어졌다.

평소라면 금요일 퇴근 시간을 앞두고 시끌벅적했을 자갈치시장은 마치 영업시간 종료를 앞둔 모습이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손님들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손님과 시선을 맞추려 애쓰며 살가운 말 한마디 던지기에 바빴던 상인들은 가만히 앉아 스마트폰 화면 뉴스에 시선이 고정돼 있었다.

한 상인은 "부산에는 아직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부산에도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르포] "온종일 문 열어도 마수걸이 못 해" 자갈치시장
자갈치시장 1층 수십 개 점포 중에는 아예 영업 시작조차 안 한 곳도 더러 보였다.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기재(53) 씨는 "마수걸이를 아예 못 하고 집에 가는 집도 꽤 많다"며 "사스나 메르스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중국으로 들어갈 예정이던 수산물 재고가 국내에 쌓이면서 시세가 하락세인데 그래도 손님이 없다"고 덧붙였다.

손님이 없어 자갈치시장 입구 앞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쓰는 사람은 대부분이 상인들이었다.

[르포] "온종일 문 열어도 마수걸이 못 해" 자갈치시장
공영주차장도 텅텅 비어있었다.

인근 신동아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평소라면 서로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을 시간인데도 상인들이 삼삼오오 빈 테이블에 모여 스마트폰을 보거나 창문 밖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35년차 상인 최우자(72) 씨는 테이블에 동석한 동료 상인 둘을 가리키며 "금요일 이맘때에 얘들 얼굴 쳐다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는데 이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 둘이나 있었는데 할 일이 없어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금요일은 물론 주말 예약도 크게 줄었다.

8년차 한 상인은 "주말 예약은 거의 없고, 최근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부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시장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르포] "온종일 문 열어도 마수걸이 못 해" 자갈치시장
인근 국제시장 골목도 오가는 행인 몇몇만 보일 뿐 흥정이나 돈이 오가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맛집 핫 플레이스로 명성이 자자하던 곳도 테이블이 텅텅 비어있었다.

상인회가 길목마다 안내문을 붙여 놓아둔 손 소독제는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르포] "온종일 문 열어도 마수걸이 못 해" 자갈치시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