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펭귄 얼음 조각 100여개를 설치해, 지구온난화로 파괴되고 있는 해양생태계를 보호하자는 뜻의 환경캠페인 '사라지는 펭귄들'을 시작했다. 9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전세계 15개 국에서 열렸다. 시민들이 펭귄얼음조각들을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경제 성장 달성법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기후 리스크 대응법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정 반대 주장을 내놨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스위스 다보스에서 전날 폐막한 세계경제포럼에서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세금과 규제를 활용하고,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후 리스크 대응에 적극 나서는게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보다 건강한 세계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며 “유럽에선 ECB가 오랫동안 놓쳐온 물가상승률 수치를 실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라가르드 총재가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그는 “나는 비현실적인 얘기로 스스로를 속이고 싶지 않다”며 “향후 30년간 기후 리스크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구체적이고 확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예상하는 것 부터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상대적으로 값이 싼 에너지를 활용해 경제 성장을 이루는게 녹색 기술에 대한 투자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각국은 향후 10~20년간 에너지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를 만들 수 없고, 성장도 못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다른 나라나 기관 대표자들과 경제적 관점이 다르다는 점을 포럼 진행 기간 내내 보여줬다”며 “이번 므누신 장관의 발언도 마찬가지 사례”라고 분석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 총회는 개최 50주년을 맞아 기후 리스크 대응 등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방안 모색을 주요 주제로 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므누신 장관 등은 불확실한 기후 리스크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경제 활성화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포럼에 참여한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트럼프 대통령, 므누신 장관 간 설전도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세계경제포럼은 종말 예언을 쏟아내는 비관주의자들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FT 등 주요 외신은 이를 기후 리스크를 경고하는 환경운동가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했다. 툰베리가 세계 각국이 화석 연료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툰베리의 요구를 일축했다.므누신 장관은 “툰베리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에 돌아와서 (자신의 요구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 투자를 철회하는 이들은 투자가 중요한 경제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는 일자리가 걸려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툰베리는 “대학 경제학 학위가 없어도 기후 리스크 대응에 대한 필요성과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가 서로 모순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호주에서 지난해 9월 시작된 대규모 산불이 5개월이 넘도록 잡히지 않고 있다. 남한 면적(9만9373㎢)보다 넓은 약 12만㎢가 소실됐다. 이번 화재로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재산 피해가 1000억호주달러(약 80조원)가 넘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호주에서는 원래 여름(12~2월)에 고온 건조해 매년 이맘때 크고 작은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이번에는 예년에 비해 더 덥고 비가 적게 와 피해가 커졌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스콧 모리슨 총리가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는 등 호주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산불로 초토화된 호주이번 호주 산불은 뉴사우스웨일스주와 퀸즐랜드주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은 호주 전체 산림의 약 55%가 집중돼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가장 피해가 큰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가옥 1000채 이상이 전소됐다. 산불 발생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에는 이 지역에서 150건 이상의 산불이 동시에 번진 적도 있다.호주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소방대원 10명을 포함해 30명이다. 하지만 산불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자가 20여 명이나 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산 피해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호주 보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보험사에 청구된 화재 피해액은 13억4000만호주달러(약 1조700억원)였다. CNN은 “호주 산불로 인한 사유재산 피해가 100억호주달러(약 8조원)까지 늘 것”으로 추산했다. 피해 복구 비용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 퀴긴 퀸즐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CNN 기고에서 “재난으로 인한 최종 비용이 1000억호주달러(약 80조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화마(火魔)로 야생동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은 이번 사태로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불에 타 죽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인 코알라는 전체 개체 수의 절반인 약 3만 마리가 희생돼 멸종설까지 나오고 있다. 호주에만 서식하는 웜뱃과 캥거루 개체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온난화와 정부 무능이 낳은 재앙전문가들은 이번 호주 산불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산불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호주의 평균 기온은 1910년 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작년 12월 말 호주의 모든 주가 40도를 넘었으며 이달 4일에는 시드니 팬리스의 기온이 48.9도까지 치솟아 지구상 최고 온도 지역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강수량은 예년에 비해 40% 적어 19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호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불러온 인재라는 지적도 있다. 사태가 심각한데도 정부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대처로 일관했다는 비판이다. 모리슨 총리는 산불로 인한 피해가 커진 지난해 12월 중순 하와이로 가족 휴가를 떠나 빈축을 샀다. 앤드루 콘스탄스 뉴사우스웨일스주 교통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냥 산불이 아니라 핵폭탄 수준인데도 중앙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설상가상으로 고의로 산불을 내는 방화 범죄도 기승을 부렸다. 호주 경찰당국에 따르면 산불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200여 명이 방화 혐의로 체포됐다.비판이 고조되자 호주 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기존 소방 인력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호주방위군 예비군 3000명을 산불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또 화재 피해 복구를 위해 2년간 20억호주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를 인정하며 “화재 진압과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산불 재 등 2차 피해도 심각산불로 인한 2차 피해도 커지고 있다. 호주 전역에서 산불 연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15일에는 호주오픈 테니스 경기에서 한 선수가 호흡 곤란을 이유로 기권하는 일도 있었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에서는 대기질지수가 최근 1000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기질지수가 300보다 높으면 ‘매우 나쁨’, 400을 초과하면 ‘최고 심각’ 단계다. 대기질지수가 1000을 넘으면 하루평균 담배 한 갑을 피우는 것과 맞먹는 악영향을 신체에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산불 연기 때문에 인근 국가인 뉴질랜드에서도 매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뉴질랜드 남섬의 빙하지대가 바람을 타고 온 산불 재에 뒤덮여 회갈색으로 변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15일부터 화재 지역 일부에 비가 내려 산불이 잦아들고 있지만 수질 오염, 산사태 등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5개월간의 산불로 발생한 수많은 재가 강과 호수에 흘러들어 식수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산불로 건조해진 땅에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면 홍수로 인한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호주 관광산업도 타격이 우려된다. 관광업은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관광수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약 5개월간 호주를 찾은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줄었다. 위원회는 이번 화재로 관광업에서 45억호주달러(약 3조600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호주 산불 사태의 주요 원인인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러시아, 미국 서부 등에서 산불이 기승을 부린 것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 상황이 이어지면 인류는 계속 재난 현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지난해 산불로 가장 넓은 규모의 국토가 불탄 나라는 브라질이다. 브라질 각지에서 발생한 8만 건 이상의 화재로 남한 면적의 세 배 수준인 약 31만8000㎢가 파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의 17만㎢에 비해 약 86% 늘어난 수치다. 2012년(39만1000㎢)과 2015년(35만4000㎢)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소실 규모가 컸다.인도네시아와 러시아에서도 산불로 인한 피해가 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작년 산불 피해 면적이 9420㎢로 집계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산불로 인한 재산 피해 규모는 52억달러(약 6조원)로 추산된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두 차례 대형 산불로 산림 약 3만㎢가 소실됐다.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매년 가을철 산불이 기승을 부린다. 지난해에는 1052㎢가 화마(火魔)의 영향을 받았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18년(6880㎢)에 비하면 적었지만,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인근에 화재가 집중된 탓에 재산 피해가 컸다. 미국 기상정보업체 아큐웨더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산불의 직·간접적 재산 피해가 최대 800억달러(약 92조7000억원)로 불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전문가들은 지구 기온이 현재보다 더 높아지면 산불로 인한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영국 기상정보업체 멧오피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구 기온이 2도 더 올라가면 호주에서 매년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기간은 지금보다 한 달 정도 더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산불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악성 사이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매슈 존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환경과학부 수석연구원은 지난 15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57개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 등으로 인해 산불의 강도가 세지고 빈도가 늘어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산불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다시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