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빠른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액을 WHO에 투자키로 한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 추가 환자 1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의 우한 폐렴 12번째 확진 환자다. 이로써 국내에서는 3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확진자가 6명 늘었다.

중국의 확산 속도도 아직 꺾이지 않았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일 0시 현재 전국 31개성에서 우한 폐렴 누적 확진자는 1만1791명, 사망자는 259명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2102명, 사망자는 46명이 늘었다.

중화권 국가와 미국 일본 한국 등에 이어 영국과 러시아에서도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전염병 대유행(판데믹)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WH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응을 신뢰한다며 여행과 교역의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사진)은 "이번 선언이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며 "비상사태의 주된 이유는 중국 외 지역의 발병 때문"이라고 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국제적인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처가 있을 이유가 없다"며 "중국 당국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영향에도 우한 폐렴을 억제하기 위해 취한 조처들은 칭찬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WHO의 미온적 대응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WHO의 이례적인 중국 눈치보기를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의 성향과도 관련짓는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그는 2017년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유럽 후보를 제치고 WHO 사무총장에 올랐다. 중국은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 취임 후 600억위안(약 10조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WHO의 권고와 달리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한 조치들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최근 2주간 중국 방문 경험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키로 했다. 전날에는 중국으로의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 금지'로 높였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과 몽골도 사실상 국경을 폐쇄했고, 이탈리아는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중국에서 이륙한 항공기의 자국 공항 착륙을 금지한 상태다.
정신나간 WHO…"중국 조치들 칭찬받을 일"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