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자료은닉' 애경산업 전 대표 2심도 실형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애경산업 전 대표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이근수 이원신 김우정 부장판사)는 31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증거인멸을 실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애경산업 양모 전 전무에게는 징역 1년을, 이 모 전 팀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 전 대표에 대해 "피고인은 대표이사로서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직원들에 대해 범행을 지시했음이 인정됨에도 지속해서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그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소비자들이 겪은 고통을 외면한 채 비난을 회피하려는 이기적 의도로 행한 것"이라며 "범행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져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사다.

이들은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던 2016년부터 기소 전까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를 숨기고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수사를 벌여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책임자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최고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경산업을 비롯한 여러 제조·판매기업들이 책임을 피했다.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2018년 말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의 생산·유통에서 형사 선고를 하고 범의를 판단할 증거가 인멸돼 실체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죄질이 무겁다"며 고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