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서울대 교수 "'민관협동' 보다는 의료계가 주체" 서울시에 조언
前 질병관리본부장 "중국인 다 위험한건 아냐…잠복기 감안해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확산하는 가운데 의료계 전문가는 중국인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2007∼2011년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 교수는 31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시장 주재로 열린 종합대책회의에 참석해 "정확한 역학적 연관성을 가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 사람이 있으면 위험성이 있지 않으냐는 생각은 당연히 개연성은 있겠지만, 이런 조치는 인종 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가령 단기 비자로 2주 전에 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잠복기를 감안해서 조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2주가량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에 앞서 박 시장은 "단기 비자로 와서 일용직 등에 종사하는 중국인, 중국 동포, 불법체류자는 굉장히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는 역학조사관을 4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한편 의료계가 참여하는 '서울시 감염병협력위원회'를 적극적으로 가동하는 등 민관 협동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훈련되지 않은 역학조사관은 사실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또 "민관협동 체제라는 것은 좀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단순히 공문으로 '좀 협조해달라' 이런 것보다는, 의료기관이 주체가 돼 일할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회의에 함께 참석한 최평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치료를 잘 받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국민이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은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는 점 때문인데,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꼭 치료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는 특성상 2∼3주 버티면 환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라며 "최선의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고,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저희가 준비하고 있으니 과도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 등) 국가지정격리병상은 중증 환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를 어떻게든 안전하게 치료하고 회복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 선별 등은 일선 보건소 등에서 맡아주시고 그런 수요가 저희에게 오지 않게끔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날 박 시장은 이 교수와 최 교수를 중심으로 한 상설적 자문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