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어린 사과하라"…설립 앞둔 직장협의회들 잇단 성명
경기북부경찰청장 직원 모욕발언 논란…조직갈등으로 번지나
이문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이 탈모로 삭발을 한 직원에게 '혐오스럽다'는 등의 막말을 해 벌어진 논란이 경찰조직의 갈등으로 번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언론보도 직후 이 청장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내부 직원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다시 할 것"을 촉구하는 등 일주일 넘게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30일 오전 경북지방경찰청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는 "시기는 이미 늦었고 비록 돌이킬 수 없지만, 이문수 청장은 당사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해달라"며 경찰 내부 게시판에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는 "용기 있는 자만이 진정한 사과를 할 수 있다"는 등의 옹호성 댓글과 "개인의 가치판단을 가지고 마녀사냥식으로 너무 나가는 것 같다"는 등의 반박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 28일에는 '경찰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 성명서'라는 제목의 글도 게시됐다.

성명서에서 "전국 12만 경찰 동료들을 대표해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 발표와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 약속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지난 15일 진행된 경기북부경찰청 지휘부와 현장활력회의 운영진이 만난 자리에서 일산동부경찰서 마두지구대 소속 류창민(40) 경사에게 "국민을 대하는 경찰관이 용모단정해야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머리를 밀고 다니는 것은 남에게 위압감을 주고 혐오스럽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잇따라 성명을 발표한 주체인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또는 현장활력회의)는 지난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경찰의 공무원직장협의회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꾸려진 단체들이다.

말하자면 사기업의 노조에 해당하는 현장활력회의의 공동대표인 류 경사가 현장 직원들을 대표해 경찰조직의 수장과 만난 상견례 격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들은 것이다.

그렇다 보니 게시판의 댓글 중에서는 "직장협의회의 출범은 곧 경찰 내부 민주화의 시발점"이라거나 "직협 가입해서 우리의 인권과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눈에 띄었다.

류 경사는 이 청장의 발언을 최초로 문제제기한 데 이어 지난 29일에는 '빡빡이가 혐오스럽습니까', '인권경찰? 직원의 인권은?'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경찰청 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이날 오전에도 경찰 내부 게시판에 "직장협의회가 태동하고 있는 이 순간 저는 경기북부청 직원대표의 자격으로서 우리 조직문화를 다시 한번 성찰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이 행보를 멈출 수 없다"며 글을 올렸다.

이 청장은 지난 23일 "의도치 않은 오해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에 대해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사과문을 내부 게시판에 올린 이후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이 청장은 금연구역인 청사 내 청장실에서 흡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이 청장은 집무실에서 담배를 피운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말했다.

경기북부경찰청장 직원 모욕발언 논란…조직갈등으로 번지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