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성가족개발원, 현장 전문가 71명 대상 조사
"부산 성폭력 대응 체계 부실…전담기구 설치 필요"
차근호 = 부산지역 공공조직 성폭력 대응 체계가 부실해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 나왔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홍미영 선임연구원은 29일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 대응 체계의 효율적 운영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연구원은 부산지역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원 17명, 장애인 생활 시설 등 민간 기관 종사자 15명, 여청수사팀 경찰관 26명, 상담 보호시설 등 지원기관 관계자 12명 등 모두 71명을 8개 그룹으로 나눠 3개월 동안 집단 면접·서면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민감성은 향상됐지만, 관행 등에 의한 폐해가 여전해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피해자 보호보다 신속한 사건 처리에 초점을 둬 피해자가 결국 더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도 전했다.

공간이 협소하고 전문적 직무 특성을 가진 공공기관 등은 피해자와 행위자의 공간 분리나 업무재배치가 어렵고, 비밀유지 안 되는 등 2차 피해 노출이 심각했다.

고충 상담원도 과외 업무로 맡고 있어 전문성이 없는 데다, 사실 확인 조사 때 행위자들의 반발과 위협으로 이중적 고충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부산지역 성폭력 대응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시장 직속으로 성인권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사위원회 소속 성인권보호담당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홍 연구원은 "서울시의 경우 성폭력 행위자에 대해 '인사관리책임제'를 시행해 퇴직 시점까지 피해자와 행위자 완전 분리를 유지하고 한 인사 조처로 불이익을 준다"면서 "부산시도 성폭력 행위자가 되면 조직 내에서 더는 성장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5개 구에 성폭력 피해자 긴급지원 시설인 해바라기센터를 6곳에 운영하는 데 반해 부산에서는 16개 구·군에 2곳만 운영해 상담 조사 예약에만 3일이 소요되는 등 긴급지원이 어려워 시설 확충이 필요한 부분도 지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