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기사 폭행 엄벌' 개정법에도 사건 빈발…처벌도 '솜방망이'
'격벽 필요성' 불구 설치 저조…"정부 지원 등 지속적 관심 필요"

"연말이 되면 얻어맞는 택시기사들 소식이 들리고 잠깐 떠들썩 하지만 그게 끝이죠. 10년이 넘게 택시를 몰았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
경기 양주시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A(49)씨는 12년째 택시를 몰았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동안 취객들의 기사 폭행 뉴스를 수없이 접해왔다는 A씨는 "그동안 좋아졌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말한다.

"10년 넘어도 똑같아"…취객 주먹이 무서운 택시기사들

택시기사 폭행 소식은 특히 연말 연초 주요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달 초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는 택시에 탄 취객이 별 이유 없이 갑자기 택시 기사를 마구 때리고 귀를 물어뜯는 사건이 발생했다.

10분간 이어진 폭력에 기사는 물어뜯긴 귀를 40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대중교통 운전자에 대한 폭행의 위험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다가 2007년에야 운행 중인 택시나 버스 기사를 폭행하면 엄한 처벌을 받도록 특가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개정법이 시행된 지 10여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뒷좌석에서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주먹과 발길질을 막을 사회적, 물리적 울타리는 여전히 별로 없다는 게 A씨의 생각이다.

A씨는 "급하게 차를 세우고 말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술 취한 손님을 태우면 언제 안전벨트로 목을 조를지 모른다는 공포에 뒷좌석을 흘끔흘끔 본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2018년 택시나 버스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8천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여성 택시 운전기사들이 늘며 새로운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2월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근처 도로에서 40대 남성이 60대 여성 택시기사를 마구 폭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년 넘어도 똑같아"…취객 주먹이 무서운 택시기사들

"택시가 안 잡혀 짜증이 났다"는 피의자는 운전 중 핸들을 마구 잡아당기고 기사를 때려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됐다.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택시 폭행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기사와 승객 사이 격벽이 필요하다는 것이 오랫동안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격벽 설치는 쉽지 않다.

자동차 생산 기업에서 택시를 출고할 때 책정한 단가를 조정하기에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과중한 사납금에 시달리는 기사들에게 격벽 설치 비용을 물리기도 힘들다.

거기다 좁은 택시 안에서 격벽까지 있으면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설치를 꺼리는 기사들도 많아 어느 정도 강제성과 이를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취지로 2018년 격벽 설치 비용을 국가 및 지자체가 지원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수년째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격벽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설치율은 매우 저조하다.

택시기사를 폭행해도 대부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중교통 기사를 폭행하면 특가법으로 가중 처벌받지만 달리는 차량에서 폭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임승운 전국택시노조 정책본부장은 26일 "승객이 시비를 걸 기미가 있으면 기사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바로 차부터 세운다"며 "엄연히 똑같은 폭력임에도 그 이후에 폭행이 벌어지면 처벌 수위도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폭행당하는 기사의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공개되며 반짝 관심이 집중되기는 하지만 금방 사그라든다"며 "기사들의 안전이 승객과 다른 운전전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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