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콜로라도대 의대 연구진, 암 전문 학술지에 논문
"포도당 대사 부산물인 젖산염, 변이 세포의 암 진행 촉발"

세포에 돌연변이가 생긴다고 모두 암세포로 변하는 건 아니다.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의 발현에 어떤 요인이 작용하는지는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포도당 대사의 부산물인 젖산염(lactate)이, 돌연변이 세포가 암으로 진행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연변이 세포가 암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젖산염이, 필요한 메커니즘의 작동을 유도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때 세포의 노폐물로 여겨졌던 젖산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와 미토콘드리아의 주요 에너지원 등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젖산염이 면역세포와 줄기세포 등의 세포 기능을 조절한다는 실험 결과도 보고됐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의 이니고 산 미얀 부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프런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에 발표했다.

15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모든 암에선 이른바 '바르부르크 효과'가 나타난다.

독일의 의사 겸 생리학자인 오토 바르부르크(1931년 노벨상 수상자)가, 영양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이 세포에 따라 다르다는 걸 발견했는데 이를 바르부르크 효과라고 한다.

예컨대 정상 세포는 음식물의 산화 및 인산화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만드는 데 비해 암세포는 포도당을 직접 분해하는 당 분해 과정을 이용한다.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바르부르크는 당시 암세포의 특징으로, 빠르게 포도당을 소비한다는 것과 젖산염 생성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걸 들었다.

젖산염은 바르부르크 효과가 만들어 내는 최종 결과물이다.

미얀 교수팀은 2017년 이렇게 생기는 젖산염이 암세포 형성에 작용한다는 가설을 논문을 통해 처음 제기했다.

바르부르크 효과가 왜 생기는지를 설명하는 첫 시도였다.

물질대사 전문가인 미얀 교수는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인간의 유방암 세포에 포도당을 투여하고 젖산염이 생성한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했다.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유방암 세포 내에 젖산염이 늘어나는 정도에 따라, 유방암에 관여하는 주요 돌연변이 유전자의 발현도가 최저 150%에서 최고 800%까지 상승한다는 걸 확인했다.

미얀 교수는 "젖산염이 암 관련 유전자의 주요 신호전달물질이자 주요 조절인자라는 게 밝혀졌다"라면서 "하지만 운동할 때 근육에 생기는 젖산염은 이와 다르고, 한자리에 고정된 암에서 생긴 젖산염만 이런 작용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제 젖산염이 어떻게 이런 작용을 하는지 밝히는 것으로 초점을 돌렸다.

특히 인간의 근육 조직에 암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미얀 교수는 암 환자의 재활을 돕기 위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암의 예방과 치료를 운동으로 보조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그는 암세포 밖으로 젖산염이 배출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게 하나의 암 치료 표적이 될 것으로 믿는다.

미얀 교수는 "암세포의 젖산 생성과 젖산 배출 운반체를 각각 다른 화합물로 차단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라면서 "만약 젖산을 배출하지 못하게 되면 암세포는 스스로 파열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