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본고장 인제 용대리…사라진 추위에 텅 비어버린 덕장
널어놓은 황태도 상품성 저하 우려…치솟은 명탯값에 '이중고'
[르포] "눈 대신 비 맞는 황태…그저 하늘이 야속합니다"
황태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덕장마다 가득한 황태가 눈을 맞으며 맛을 더해야 할 때지만, 8일 용대리의 덕장 대부분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텅 비어있었다.

내린 눈이 쌓여 하얗게 덮여있어야 할 덕장 인근도 누런 흙과 낙엽만이 가득했다.

평년보다 너무 따뜻한 날씨 탓이었다.

노르스름한 황금빛 황태는 눈과 바람, 그리고 추위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탄생한다.

특히 영하권의 추운 날씨가 열흘 가까이 이어져야 덕장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인제지역의 기온은 영상 5도에 머물렀다.

평년 기온인 영하 10.7도보다 15도가량 따뜻하다.

거기에 최근 사흘 동안 81㎜의 비가 내렸다.

[르포] "눈 대신 비 맞는 황태…그저 하늘이 야속합니다"
텅 빈 덕장을 바라보는 업주들의 눈빛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황태 직판장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손신덕(59)씨는 "늦어도 12월 중순에는 황태를 걸어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 일손을 놓고 있다"며 "다음 주에는 황태를 널 예정인데 하늘에 달려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날씨가 추워지지 않으면 진부령 끝자락인 흘리까지 가서 작업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주들은 말리고 있는 황태 물량이 줄어든 것 보다, 널어놓은 황태가 녹아버리거나 썩어 상품성이 떨어질까 더 염려하고 있다.

지난주 황태 널기 작업을 마친 윤모(66)씨는 "황태가 제대로 얼지 않아 역한 비린내가 덕장에 진동한다"며 "제대로 된 추위 속에서 황태가 마르면 이런 냄새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씨의 설명처럼 덕장에 널린 황태들은 꼬리 끝에 누런 물을 뚝뚝 흘리며 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르포] "눈 대신 비 맞는 황태…그저 하늘이 야속합니다"
치솟은 명탯값도 주민들의 근심을 더 하고 있다,
황태 판매점주 김모(55)씨는 "20㎏들이 명태 한 상자가 품질에 따라 지난해보다 1만∼2만원가량 올랐다"며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손님도 뚝 떨어졌는데 주민들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텅 빈 덕장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어서 제대로 된 겨울 추위가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강원지방기상청은 이달 중순까지 인제지역 기온이 평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보해 이들의 근심도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