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세계문화유산 파괴' 말리 이슬람반군 단죄 사례
美 전현직 관리들도 경악…"비도덕적이고 비미국적이다" 비판
트럼프 '이란 문화유산 파괴' 위협에 알카에다 전쟁범죄 재조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문화유산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과 관련, 과거 문화유산을 파괴했다가 국제사회의 단죄를 받은 알카에다의 전쟁범죄가 재조명되고 있다.

CNN방송은 6일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201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프리카 말리 팀북투에 있는 이슬람 유적지를 파괴한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 반군' 사례가 이번 경우에 새삼 연관성을 갖는다고 전했다.

당시 국제형사판소(ICC)는 보통 인권침해 사건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문화 파괴를 단죄했다.

팀북투 유적지 파괴를 주도한 이슬람 무장단체 '안사르 디네' 출신인 아흐마드 알 파키 알 마흐디는 문화유산 파괴와 관련해 처음으로 전쟁 범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9년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270만 유로(당시 약 36억원) 배상 판결도 받았다.

당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UNESCO)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인류가 공유하는 문화 유산과 가치를 보호하는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말리의 '안사르 디네'는 내전중이던 2012년 6월과 7월에 팀북투에 있는 15∼16세기 이슬람 유적지를 파괴했다.

알 마흐디는 해당 유적지에 있던 이슬람학자 및 성인들의 영묘 9곳과 이슬람 사원 한 곳의 문을 파괴하라고 고의로 지시했음이 ICC 재판에서 확인됐다.

트럼프 "이란 보복공격 땐 52곳에 반격할 준비돼 있다" 경고 (Trump, Iran, soleimani) / 연합뉴스 (Yonhapnews)
ICC 판결은 문화 유적 파괴를 일삼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해서도 전쟁범죄로 처벌하고 배상을 요구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IS는 정복 지역의 세계적인 고대 유물과 유적을 이단이라면서 파괴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고유한 문화 장소를 파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을 "IS와 같은 영락없는 테러분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란이 이란 군부 요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피살을 미국에 보복한다면 이란 문화에 중요한 곳을 포함해 52곳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란은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로 문화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크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도 '역사의 나라' 이집트보다 더 많은 24곳을 보유하고 있다.

CNN은 "문화적 장소를 공격하는 것은 몇몇 국제조약을 위반하는 것으로 전쟁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에서 "종교 장소와 유적 등 문화유산의 불법적 파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는 IS가 2014년과 2015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수많은 주요 역사문화 유산들을 파괴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이란 문화유산 파괴' 위협에 알카에다 전쟁범죄 재조명
미 국무부 차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를 지낸 니콜라스 번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문화유산 파괴를 규탄한 2017년 유엔 결의안을 지지했음을 상기시켰다.

번스는 트위터에 "그의(트럼프) 위협은 비도덕적이고 비(非)미국적이다"고 썼다.

미국의 현직 고위 관리 2명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조차 이란 문화유산을 공격 목표로 삼는 데 대해 광범위한 반대가 있다고 말했다.

한 관리는 방송에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자멸적"이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군사고문인 호세인 데흐간은 트럼프의 트윗은 "터무니없고 모순적"이라면서 이란의 반응은 군사적이고 군사적 장소에 대한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트럼프의 위협대로 이란 문화장소에 대한 공격을 실행한다면 그땐 확실히 어떤 미국이 군사 참모나 정치 센터, 미군기지, 미 함정 등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트럼프)가 (공격목표로) 52곳을 말하면 우리는 300곳을 말한다.

그것들은 우리가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