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징용피해 헌소 각하…"외교적 해결기조 철회된 바 없어"(종합)
헌법재판소는 27일 일제강점기 사할린에 강제로 끌려갔다 우리나라로 영주 귀국한 피해자 및 유족이 "한국 정부가 한일 협정에 따라 양국간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정부가 자신에게 부여된 `작위의무'(作爲義務·적극적 행위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한 위헌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사할린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과거 일본 소속 회사의 탄광 등에서 강제노동을 하며 받은 급여를 일본 우편저금이나 간이생명보험으로 예금하도록 강요당했지만, 아직 환급받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협정에 따라 한국으로 영주 귀국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의 재산권은 소멸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1965년 이후 영주귀국자들의 권리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한일협정 제3조가 정한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국가에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2012년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날 헌재는 "우리 정부는 2013년 6월 3일 한일 양국 간의 상반된 입장을 이유로 이 사건 협정에 따른 외교적 해결을 일본에 요청한 바 있고, 그 후 수차례에 걸쳐 대응을 촉구해왔으며, 현재에도 그런 기조가 철회된 바 없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피청구인(외교부장관)이 분쟁 해결 절차 작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작위의무 불이행을 전제로 한 심판 청구는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이 원하는 수준의 적극적 노력을 펼치지 않았다 해도, 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를 언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피청구인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재판관은 "헌법 전문은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일반적·추상적 의무를 선언한 것이거나 국가의 기본적 가치와 질서를 선언한 것일 뿐, 그 조항 자체로부터 국가의 국민에 대한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나올 수 없다"며 협정으로부터 국가의 작위의무가 도출될 수 없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