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아르메니아 학살' 결의안 美의회 통과하자 강력 반발
美국무부 "'제노사이드'로 인정 안 한다"…의회 결정에 선 그어
에르도안 "아메리카 원주민 '인종청소' 규정하겠다" 美압박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결의안 통과에 맞서 초창기 미국의 원주민 탄압을 '제노사이드'(종족 집단학살)로 문제 삼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하베르 방송에 "미국을 이야기할 때 원주민을 빼놓을 수 있겠느냐"며 터키 의회 역시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앞서 미국 상원은 1915∼1917년 이슬람계의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기독교계인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대량 학살한 사건을 사실로 인정하고 희생자를 추념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터키 정부는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많은 아르메니아인이 숨진 것은 맞지만, 집단학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반발 수위를 높였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미 의회의 결정이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며 "제한된 역사 지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역사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미 의회의 결정은 터키가 러시아산 무기 방어시스템 S-400을 구매하고,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 민병대(YPG)를 몰아내려 군사작전을 개시하는 등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

터키는 YPG가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 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상당수는 YPG를 '이슬람국가'(IS) 격퇴에 함께한 동맹으로 간주하고 있다.

발끈한 터키를 달려내는 듯 미국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트럼프 정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의회와 달리 1915년 많은 아르메니아인이 숨진 것을 제노사이드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