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와 특수관계 경찰관 합류 후 김기현 동생 수사 '속도'
검찰, 경찰관 10여명 소환해 수사 전환 시점 등 살필 듯
'수사팀 교체 의도 있었나'…황운하 수사 핵심 쟁점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 관련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 직권남용 고발 사건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이 사건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황 청장을 피의사실공표·명예훼손·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소·고발한 것이다.

9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황 청장 사건 핵심 쟁점은 김 전 시장 동생 사건과 관련해 울산경찰청 수사팀 교체의 의도성 여부다.

◇ 수사팀 교체 후 고소인과 친분 있는 경찰관이 팀장 맡아
황 청장은 2017년 10월 25일 김 전 시장 동생 사건과 관련해 기존 지능범죄수사대 수사팀 3명을 다른 부서와 지구대 등으로 발령낸다.

기존 수사팀이 당시 건설업자 김 모(55) 씨가 아파트 건설 허가와 관련해 비위가 있다며 울산시 공무원 5∼6명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으로 고소한 사건을 내사하던 때다.

황 청장은 김씨 고소장에 첨부된 문서에 김 전 시장 동생이 김씨와 주고받은 '30억원 용역계약서'가 있다는 것을 한 참모로부터 듣고 수사팀에 확인했으나 수사팀이 허위 보고해 문책성 인사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사 시즌이 아닐 때는 징계 사유가 있어야 발령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징계 없이 수사팀 전체를 교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 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은 좌천성 인사 후 수사팀에 합류해 팀장을 맡은 경찰관이 고소인 김씨와 알고 지냈던 A 경위라는 것에서 시작한다.

당시 일부 경찰관들은 고소인과 친분이 있는 A 경위에게 해당 사건을 맡기면 문제 소지가 있다고 황 청장에게 보고했으나 112상황실에 근무하던 A 경위는 2017년 11월 7일부터 업무지원 형태로 이 사건 수사에 투입된다.

A 경위 투입 두 달 정도 뒤인 지난해 1월 김씨는 30억원 용역계약서를 근거로 김 전 시장 동생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게 되고, A 경위는 같은 달 27일 수사팀에 정식 발령 난다.

이때부터 김 전 시장 동생 사건 수사가 본격화한다.

그러나 A 경위는 2015년 초 해당 용역계약서를 가지고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의 형을 찾아가 아파트 사업권을 건설업자 김씨에게 주도록 청탁 또는 협박한 혐의가 드러나 지난해 3월 수사에서 배제된다.

A 경위는 김 전 시장 동생 사건을 비롯한 각종 사건 내용을 고소인 김씨에게 1년가량 535회 통화하면서 알려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울산지검은 A 경위를 수사해 강요미수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김 전 시장 동생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검찰이 불기소 처분받았다.

'수사팀 교체 의도 있었나'…황운하 수사 핵심 쟁점
◇ 검찰, 수사팀 교체 과정서 의도성 없었나 살필 듯
서울중앙지검이 기존 수사팀이 교체된 전후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10여명을 소환 통보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검찰은 해당 경찰관을 불러 교체 당시 상황과 절차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은 경찰관이 모든 수사에 있어 공정성을 잃을 염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해당 수사를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A 경위 사례가 이를 어긴 것인지 살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출석한 경찰관은 없지만 일부는 검찰 측과 출석 날짜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경찰관들은 당초 수사가 김 전 시장 동생과는 관련 없는 공무원 대상 고소 사건이었고, 고소인 김씨가 보충 조사를 2차례나 받으면서 김 전 시장 동생과 맺은 용역계약서와 관련해선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당시 인사가 의도성이 있거나 최소한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A 경위가 수사팀에 합류할 당시 고소인 건설업자와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과거 해당 용역계약서를 가지고 문제를 일으킨 인물인 것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고발인과 가까운 것이 결격 사유는 아니고 수사 적임자일 수도 있다"며 "당시 여러 참모 등 의견을 고려해 A 경위에게 수사를 맡겼다"고 말했다.

검찰 소환 요구 가능성에 대해선 "소크라테스의 심경으로 출석해 진실 규명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