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조정안 수정 주장 반박…"검사 지휘권 폐지 대신 통제장치 둬"
"경찰이 검찰 지휘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 같은 존재인가"(종합)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는 가운데, 경찰이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검찰 일각의 의견에 대해 "검찰이 '절대 선'이라는 우월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불순한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을 마치 검찰의 강력한 지휘를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한정치산자 같은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 일각에서 반발하는 현재 법안은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며,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수사 개시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현재는 검사가 전화나 메모로 지휘해도 경찰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며 "법안은 검사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대신 '보완 수사 요구권', '시정 조치 요구권', '재수사 요청권' 등 경찰에 대한 검사 통제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정당한 요구를 경찰이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이는 검찰과 경찰 간 조직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경찰관이 명분이 있을 때만 (검찰과)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G20 멤버 가운데 국가가 아닌 유럽연합(EU)을 제외한 19개국 중 13개국에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없으며, 한국처럼 검찰에 권한이 집중된 국가는 이탈리아와 멕시코밖에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검찰 측 반발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 것이 검사 기소권 침해라면, 검사가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 것은 판사 재판권 침해"라며 "이런 논리라면 모든 사건을 재판에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측은 고(故) 장자연 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언급하면서 "수사책임의 최종 소재가 불분명해 부실 수사 논란 시 책임 전가가 있었다"며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생기면 잘잘못을 쉽게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검사가 지휘하면서 내용을 다 알았던 사건"이라며 "경찰로선 '수사 지휘를 해놓고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고위 검사는 지난 10월 초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살인 사건을 예로 들면서 패스트트랙안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안대로라면 경찰이 수사한 살인 사건의 배후에 조직폭력배 두목 같은 주범이 따로 있어도 검찰 수사 지휘 범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현재 법안에 따르면 검찰이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보완 수사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법안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등 5개 범죄에 대해서는 검사의 직접 수사를 보장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이 사건은 (법 개정시) 5개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사의 직접 수사를 보장한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