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3년만'과 '3년 만에'는 의미가 달라요~
글쓰기에서 띄어쓰기는 종종 ‘사소한 것’으로 치부돼 소홀히 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띄어쓰기는 글을 얼마나 성의 있게 썼는지를 보는 척도가 되곤 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글쓰기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한정’ 의미는 조사, ‘동안’ 의미라면 의존명사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의존명사와 조사로 쓰이는 ‘만’도 어려워하는 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각각의 쓰임새가 분명히 달라 구별하는 게 어렵지 않다. 우선 ‘만’이 수량명사 뒤에 와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가 있다. 이때는 의존명사다. “신제품은 개발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만들어졌다.” 지난 호에서 살핀 의존명사 ‘지’와 어울려 ‘~한 지 ~만에’ 꼴로 많이 쓰인다. 둘 다 ‘시간의 경과, 동안’을 나타낸다. 이 ‘만’은 언제나 시간이나 횟수를 나타내는 수량명사 뒤에 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알아보기 쉽다. “30분 만에 보고서를 썼다”, “세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식으로 쓰인다.

조사(정확히는 보조사) ‘만’은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그 사람만 왔다.” “놀기만 한다.” “이것은 저것만 못하다.” 이런 데 쓰인 ‘만’은 모두 무엇을 강조하거나 어느 것에 한정하거나 비교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때는 ‘만’이 조사이므로 늘 윗말에 붙여 쓴다. 같은 ‘만’이지만 “3년 만에 만났다”와 “3년만 기다려라”의 띄어쓰기가 다른 이유다.

이제 응용을 해보자. ①집채만 한 파도. ②집채만한 파도. ③집채 만한 파도. 세 가지 띄어쓰기 가운데 맞는 것은 ①번이다. 조사 ‘만’의 용법 중 하나다. ‘~만 하다/못하다’꼴로 쓰여 앞에서 말하는 정도에 달함을 뜻한다. “형만 한 아우 없다”처럼 체언 뒤에 붙는다는 형태적 특성이 있다. 이 용법은 보조용언 ‘만하다’와 비슷한 꼴이라 주의해야 한다. ‘만하다’는 앞에서 말하는 만큼의 가치가 있음을 나타낸다. “주목할 만한 성과/참을 만하다”처럼 쓰인다. 본용언 뒤에서 ‘-ㄹ 만하다(활용형: -ㄹ 만한)’ 구성으로 쓰인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구별하기 편하다.

‘~할 듯하다’는 띄는 게 원칙이지만 붙여 써도 돼

수많은 보조용언의 용법도 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보조용언은 본용언과 어울려 구(句)의 구조를 이루는 것이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일부는 붙여 쓰는 것도 허용했다. 그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첫째, 본용언의 ‘-아/어’ 활용형에 보조용언이 붙는 경우다. 예컨대 ‘불이 꺼져 간다’ 해도 되고 ‘~꺼져간다’라고 붙여 써도 된다. 이외 자주 쓰이는 보조용언의 사례로는 ‘가지다(책을 사가지고 왔다), 내다(이겨내다), 놓다(전세 끼고 집을 사놓았다), 대다(자꾸 먹어댄다), 드리다(보여드리다), 바치다(일러바치다), 버리다(찢어버리다), 보다(읽어보아라), 빠지다(낡아빠진 사회주의 사상), 오다(날이 밝아온다), 주다(그 애를 때려주었다), 치우다(밥을 먹어치우다) 등이 있다. 모두 ‘-아/-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용언들이다. 이들은 단어끼리 어울린 말(‘본용언+보조용언’ 구성)인데, 어떤 것은 합성어라 붙여 쓰고 어떤 말은 그렇지 않아 띄어 써야 하는 등 구별 자체가 쉽지 않아 완충규정으로 도입된 것이다.

둘째 ‘만하다’의 경우처럼 ‘용언의 관형형+듯하다/법하다/양하다/뻔하다/성싶다/척하다/체하다’ 꼴로 된 말도 띄어 쓰는 게 원칙이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했다. 따라서 ‘비가 올 듯하다’와 ‘~올듯하다’가 모두 가능하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보조용언은 본용언의 관형사형(‘-ㄹ/는’)으로 수식을 받는 구성이라는 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