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가라앉으면 실업률이 오른다.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서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더 심화되면 실업률이 거꾸로 떨어지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진다.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만 실업자로 분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취업난에 절망해 아예 일할 의사마저 잃은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1990년대 초 장기 불황에 진입한 일본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도 실업률이 단기 급등했다가 ‘취업 포기자’가 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이런 현상이 최근 한국 고용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용률이 오르고 있지만 취업포기자 등을 포함한 비경제활동인구도 가파르게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게 근거다. 각종 고용 통계의 움직임이 ‘장기 경기침체’에서 나타나는 모양새와 비슷하다는 얘기다.고용률 역대 최고 기록했지만…지난 8월 고용률은 61.4%로 1997년 이후 같은 달 기준 가장 높았다. 통계가 발표되자 정부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봐 고용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하지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정부 입장과 반대로 고용시장의 한파가 심해지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1633만 명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5세 이상 인구 중 가사나 학업처럼 특별한 이유도 없이 구직 등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쉬었다’고 답한 사람(217만3000명)도 역대 최다였다.‘쉬었음’ 인구가 급증한 건 경기 침체로 휴·폐업이 늘고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쉬었다고 답한 이유는 △몸이 좋지 않아서(41.7%) △원하는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16.9%) △퇴사 및 정년퇴직 후 계속 쉬고 있음(16.3%) 순으로 많았다.특히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직장이 문을 닫아 쉬었다는 응답이 전년 대비 가장 크게 늘었다. 쉰 이유를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순으로 보면 △다음 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음(1.6%포인트 증가) △직장의 휴·폐업으로 쉬고 있음(0.7%포인트 증가) △일자리가 없어서(0.4%포인트 증가) 등이었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아예 취업활동마저 그만두고 ‘그냥 쉰’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근 수출 감소 등 한국 경제의 체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자영업자 사정도 급격히 나빠져서민 일자리 중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함께 발표한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 통계를 보면 8월 기준 직원을 두고 장사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153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6000명 감소했다.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29만6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반면 혼자 또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장사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12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만7000명 증가했다.정부는 지난해 고용 상황이 나빠지자 “고용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10월과 12월을 제외하면 매달 늘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매달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매달 감소하고 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월을 제외하고 매달 증가하는 추세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내수가 안 좋아 40~50대 위주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취업하지 못해 신규 창업하는 경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출발하는 사례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일자리를 잃고 충분한 준비 없이 급하게 자영업을 시작한 비율도 높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의 절반 이상은 3개월에도 못 미치는 준비기간을 거쳐 창업했다. 신규 자영업자의 44%는 2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종잣돈’을 들고 자기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NIE 포인트일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일자리를 찾지 않는 ‘쉬는 인구’가 늘어나면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토론해보자. 정부가 다양한 경제 통계를 함께 읽지 않고 한 가지 통계로만 현실을 보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논의해보자.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
2020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가운데, 성인남녀 절반가량이 수능을 다시 보고 싶다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4일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 등 성인남녀 563명을 대상으로 '수능을 다시 보고 싶은 의향이 있는지'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7%가 '그렇다'고 답했다. 를, 나머지 53%는 '아니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수능을 다시 보고 싶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수능을 잘 보고 좋은 대학을 가면 인생에서 선택권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27%)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다시 보면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서'(22%)와 '살면서 수능 시험을 잘 못 치른 게 아직 후회돼서'(12%)가 각각 2, 4위를 차지했다. 3위는 '수험생 할인 등 수능을 보면 특혜가 많기 때문에'(14%)라는 이유가 차지했다. 응답자들이 전반적으로 과거 본인의 수능성적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반면, 응답자들이 수능을 다시 보지 않겠다고 답한 가장 큰 이유로는 '점수가 잘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31%)는 것이었다. 그 뒤로 '수험생 시절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23%), '시험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 등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지금 다시 보는 게 매력적이지 않다'(23%) 등의 의견이 나왔다.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취업 재수, 취업 반수도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요즘에 수능 재수는 어쩌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꾸고 싶은 성인남녀들의 열망이 담긴 선택이라고 보인다. 수험생의 선전을 기원한다"라고 전했다.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취업자수 3개월 연속 30만명 이상 증가실업률 3.0%로 6년 만에 최저제조업 19개월 연속 감소취업자가 3개월 연속 30만명 이상 증가했다.10월 기준으로 고용률은 23년 만에 가장 높았고, 실업률은 6년 만에 가장 낮았다.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9년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750만9천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41만9천명 증가했다.이번 취업자 증가 폭은 2017년 3월(46만3천명)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45만2천명)에는 못 미치지만, 9월(34만8천명)에 이어 석 달 연속 30만명대이상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지난달 증가폭은 8월을 제외한다면 2017년 4월(42만명) 이후 가장 크다.산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5만1천명), 숙박 및 음식점업(11만2천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9만6천명) 등에서 주로 늘었다.반면 제조업(-8만1천명), 도매 및 소매업(-6만7천명), 금융 및 보험업(-5만4천명) 등에서는 줄어들었다.1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인 제조업은 지난 3월(-10만8천명) 이후 감소 폭이 10만명대 아래였다가 9월(-11만1천명)에 다시 감소 폭을 키웠으나 지난달 다시 10만명대 아래로 떨어졌다.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가 1년 전보다 57만5천명 늘었으나, 일용근로자는 8만1천명, 임시근로자는 2만1천명 각각 감소했다.임시근로자는 도소매업 고용 감소가 계속된 영향으로 취업자 감소 폭이 확대됐고, 일용근로자는 계속된 건설업 고용 감소로 인해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0만1천명 증가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4만3천명 줄었다.무급가족종사자는 1만3천명 감소했다.연령계층별로는 60대 이상(41만7천명), 50대(10만8천명), 20대(8만7천명) 등에서 늘어난 반면 40대(-14만6천명)와 30대(-5만명)는 줄었다.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40대는 인구 증감을 고려해도 고용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고용이 감소한 영향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15세 이상 고용률은 61.7%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올랐다.10월 기준으로 1996년(62.1%) 이후 23년 만에 최고다.고용률은 올해 들어 1월(-0.3%포인트)과 4월(-0.1%포인트)을 빼고 모든 달에서 1년 전보다 상승했다.청년층 고용률(15∼29세)은 44.3%로 1.4%포인트 올랐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3%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198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동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지난달 실업자는 86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8천명 감소했다.실업률은 3.0%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10월 기준으로 2013년(2.7%) 이후 최저다.청년 실업률은 7.2%로 1.2%포인트 떨어졌다.2012년 10월 6.8%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았다.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0.6%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내렸다.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2만8천명 증가한 1천622만8천명이었다.활동상태별로 보면 쉬었음(32만4천명) 등에서 1년 전보다 증가했으나 가사(-15만7천명), 재학·수강(-12만1천명) 등에서는 감소했다.취업준비자는 72만2천명으로 2천명 감소했다.구직단념자는 50만4천명으로 2만2천명 줄었다.정동욱 과장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상용직 근로자가 늘어난 것과 고용률이 상승한 것은 긍정적 신호지만, 취업자 증가폭이 40만명대인데도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감소폭이 깊은 부분은 부정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고용에 긍정·부정적인 면이 혼재해 있다"고 평가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