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공약, 줄줄이 현실의 벽 부딪혀…사회적 대화 갈등 줄여야
'조국 사태'로 불거진 입시 불공정…정시 확대 등 추진

문재인 정부는 노동과 교육 분야에서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목표로 내걸고 개혁을 추진해왔다.

현실의 벽을 절감한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 분야의 공약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이를 줄이면서 산업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계기로 불거진 입시 제도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대두했다.

[임기 반환점] ⑨ 주52시간제 등 노동공약 안착·입시불공정 해소 과제 남아

◇ 노동 공약, 갈등 피하고 현장 안착 방안 찾아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노동시간 단축으로 '워라밸'(일·생활 균형) 실현, 비정규직 감축과 처우 개선 등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 직후 내건 노동 분야의 대표적인 공약들이다.

지난 2년 반을 되돌아보면 노동 분야 공약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의 공약은 이미 물거품이 됐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는 그 이듬해 적용할 최저임금을 7천530원으로 의결했다.

인상률이 16.4%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경영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의 불만이 컸다.

여기에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이 크게 줄어 '고용 쇼크' 우려가 확산하자 최저임금 인상 탓에 고용이 급감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작년에는 최저임금을 8천350원으로 10.9% 올렸지만,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한다는 공약은 실현이 불가능해졌고 문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반대 여론에 밀린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7월에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겨우 2.9% 오른 8천590원으로 의결했다.

결국 현 정부 임기 내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기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노동시간 단축은 지난해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작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경영계 요구에 따라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최장 9개월 부여하는 등 사실상 추가 준비기간을 줬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포함한 노동시간 유연화 조치 없이는 주 52시간제 안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내놓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섰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막힌 상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정부가 경영계 요구에 밀려 노동시간 단축 기조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착수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15만7천명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지만,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자회사를 활용한 정규직화 방식은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지난 7월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는 비정규직이 750만명에 육박해 그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조사 방식을 바꾼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규직화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분야 정책이 성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임금 격차를 완화했고 주 52시간제가 안착 단계에 들어간 사업장에서는 과거 누릴 수 없었던 워라밸을 반기는 노동자도 많다.

그러나 정부가 집권 초기 내걸었던 공약과 비교하면 빛이 바래는 성적표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가 보다 현실적인 공약을 내걸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차근차근 추진했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노동자의 삶도 내실 있게 개선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잡한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장 특성을 포함한 입체적 요소를 고려하며 단계적 로드맵으로 나가야 하는데 현 정부는 성급하게 단선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부작용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주요 공약의 방향 자체는 옳은 만큼, 남은 임기 동안 정부는 공약이 산업 현장에 무리 없이 자리 잡도록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50∼299인 사업장의 주 52시간제의 안착 방안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한 상황이다.

정부는 계도 기간 부여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극심한 차별로 나타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할 장기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주목받는 대목이다.

최근 2기 출범을 한 경사노위는 양극화 해소를 포함한 장기적 과제를 논의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권혁 교수는 "앞으로 정부는 중립적 위치에서 노사를 설득해 시장 수용성을 높이면서도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문제도 미래지향적 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기 반환점] ⑨ 주52시간제 등 노동공약 안착·입시불공정 해소 과제 남아

◇ 서울 상위권대 '정시 확대' 이달 발표…자사고·외고 일반고로 전환
문 대통령은 대입 제도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서울 상위권대 중심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확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수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의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입시에 영향력이 큰 서울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이 '조국 사태' 이후 불공정 논란이 커진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대입 수시전형을 줄이고 정시를 대폭 확대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대입 정시 비중 확대 등 교육 공정성 강화 방안을 쏟아낼 예정이다.

우선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입학전형에서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학생을 많이 뽑는 대학 13곳을 대상으로 학종을 포함한 입시제도 전반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조만간 발표한다.

교육부는 대통령 지시 이후 이들 대학이 학종에서 고교별로 등급을 둬 학생을 선발해 오지 않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교육부는 이를 토대로 학종 개선 방안과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서 지난달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학종과 논술 위주 전형의 쏠림 현상이 큰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 전형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시 비중을 '30% 이상'에서 최대 40% 선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따라 학종 비율이 평균보다 높은 대학들이 2022학년도 입시부터 대폭 정시 비중을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2022학년도에 정시 전형 비율을 전년도보다 7.1%포인트 늘려 30.3%로 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정부 방침에 따르려면 이 비율을 더 높여야만 한다.

또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으로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는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일반고로 전환하는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런 계획에 대해 교육 현장에는 혼란과 우려 속에 각자 입장에 따라 찬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언론사 설문조사에서는 국민 63%가 정시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교육계에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방침을 정한 지 불과 1년 만에 정부가 또다시 정시 비율 상향을 추진한 데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작년 공론화를 거쳐 결정된 방향을 안착시킬 시점인데 정치적 요구나 예단으로 졸속 개편안이 나와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도 학종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면 학종을 개선해야지 이를 빌미로 정시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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