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매각절차를 진행 중인 KDB생명(옛 금호생명)의 ‘몸값’은 어느 정도여야 적정할까.30일 생명보험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의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내달 중순 예비입찰을 앞두고 최근 잠재 인수 후보들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국내 금융지주사와 외국계 금융사 등이 대상이다.시장의 관심은 가격에 쏠려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2000억원에서 8000억원에 이르는 광범위한 가격대를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8000억원’보다 ‘2000억원’ 쪽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2000억원만 적어내더라도 받아줄 수 있다는 뉘앙스로 들렸다는 것이다.생명보험사 몸값은 보유하고 있는 보험 계약의 총 가치와 직결된다. 한 금융지주사 본부장은 “KDB생명은 과거에 고금리를 약속하며 저축성 보험을 대규모로 가입시켜 놓은 것 때문에 몸값을 높게 받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KDB생명이 보유한 계약의 질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확정금리형 상품 중 연 5% 이상을 약속한 계약의 비중은 2016년 말 58%에서 지난 6월 말 47%로 줄었다.KDB생명(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자산 규모는 6월 말 기준 19조2984억원, 순자산 규모는 1조792억원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주당순자산가치(PBR)는 현재 0.44배, 3위인 한화생명의 PBR은 0.17배다. 삼성생명의 PBR을 적용하면 KDB생명의 가치는 4748억원, 한화생명의 PBR을 적용하면 1834억원 정도다.업계에서는 KDB생명의 PBR이 삼성생명보다는 한화생명 쪽에 가까울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산은도 비싼 값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상은/임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
보험업계가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보험 가입을 꺼리는 2030대를 공략하기 위해 '미니보험'을 내놓고 있다. 보험료 부담은 덜어내고 보장 내용은 단순화하는 등 장벽을 낮춰 잠재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가벼운 보험 상품을 만들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미래에셋생명이 출시한 '온라인 잘고른 여성미니암보험'은 여성 발병률이 가장 높은 3대 암인 유방암 갑상선암 생식기암에 대해 30세 기준 월 1000원의 저렴한 보험료를 받는다. 최대 500만원을 보장한다. 이 상품은 PC와 모바일에서 공인인증서 또는 간편 비밀번호인 PIN인증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미니보험은 보험 기간이 길고 보험료 부담이 큰 종합보험과 달리 저렴한 가격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을 보장한다. 비대면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설계사 등 중간유통 과정이 없다. 마케팅 및 수수료 비용을 책정해야 하는 오프라인 상품 대비 보험료가 저렴한 이유다. 다만 미니보험은 가성비가 높으나 보장 금액이 적고, 보험 기간이 짧다. 가입 전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보험료, 보장 금액, 가입 기간인지 상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보험사들은 미니보험 판매방을 회사 온라인망 뿐 아니라 토스와 뱅크샐러드 등 금융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다. 보험 판매 통로를 다양화하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높이고 판매 또한 늘릴 수 있어서다.KB생명은 최근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제휴를 맺고 토스 전용 상품 '(무)toss착한암보험 with KB생명'을 출시했다.온라인 전용 상품 특성상 사업비가 낮아 40세 남자 기준 100세 만기 전기납 조건의 경우 보험료는 월 1만원 안팎이다.한화생명도 토스와 연계해 미니보험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한화생명 e연금저축보험(무)'과 '3대질병케어보험(무)'을 판매 중이며 다음달에는 여성 건강 관련 상품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금융 플랫폼 뱅크샐러드와 손잡고 필요 시 이용할 수 있는 스위치보험 형태인 해외 여행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해외여행 시 뱅크샐러드 앱에 접속해 개인정보와 여행 일정만 등록하면 이용 가능하다. 이후에는 해외 여행을 떠날 때마다 앱에서 출·입국 일시만 입력하면 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된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미니보험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이유는 대면보다 온라인에서 쉽고 간편하게 가입하는 보험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현재는 미니암보험, 스키보험, 해외여행보험 및 저축보험 등의 상품이 나와 있다. 앞으로 비대면으로 판매되는 상품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미니보험을 중심으로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고 고객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전통적인 보험 판매인 대면 방식에 비해 아직까지 온라인 채널의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2017년 7월 한화생명에 입사한 박미진 씨(26·상품개발팀)는 지난 9월 27일 보험계리사 2차 시험에 최종 합격해 계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6년 1차 시험에 합격한 지 3년 만이다. 박씨는 “네 번째 2차 시험에 응시했는데 회사에서 시험을 앞두고 4주 동안 일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배려해준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한화생명은 지난해부터 보험계리사 2차 시험 대비반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4월에 시작해 이론(9주), 모의고사(5주), 잡오프(job-off·4주) 과정 등으로 7월 말까지 진행했다. 한화생명은 보험계리사 2차 시험 응시 대상자 18명을 선발해 지난 8월 초 2차 시험을 앞두고 4주간(7월 8일~8월 2일) 경기 용인에 있는 한화생명 연수원에서 합숙하면서 오로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 달간 근무하지 않고 공부만 했지만 월급과 수당 등은 이전처럼 지급했다. 한화생명의 계리사 지원 프로젝트로 지난해 11명에 이어 올해는 7명이 계리사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보험계리사 시험은 다른 시험과 달리 1차 시험 합격 후 5년 이내 2차 시험 다섯 과목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대학 때 계리사 1차 시험에 합격한 뒤 한화생명에 입사한 황준우 씨(29·리스크관리팀)는 “직장생활 틈틈이 2차 시험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잡오프 기간 밀도 있게 공부해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회사의 지원으로 보험연수원에서 모의고사 첨삭 지도를 받은 것이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잡오프 4주간 한화생명 연수원에서는 오전·오후 하루 8시간 집중 학습시간과 월요일 입실, 금요일 퇴실이라는 제약만 뒀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지화림 씨(28·경영관리팀)도 1차 계리사 시험 합격 후 지난해 한화생명에 입사했다. 그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로 데이터분석 능력이 필요해지면서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계리사는 더욱 각광받는 직업이 될 것”이라며 “보험업계 구직자라면 계리사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보험사들이 직원들의 계리사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이유는 2022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IFRS17 도입 시 보험사 부채(미래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 평가가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뀐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료·보험금·책임준비금 등을 새롭게 산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계리 작업이 증가하고 복잡해지면서 계리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계리사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는 계리사 시험 응시료와 교재비를 지원해주고 합격자에게는 인사 가점과 자격수당을 준다. 롯데손해보험은 온라인 강의, 모의고사, 합숙교육 등을 제공하는 ‘보험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계리사 1차 시험 합격자를 인턴으로 채용하고 있다.보험계리사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합격률이 6~7%로 낮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IFRS17이 도입되는 2022년께 3000명의 계리사가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계리사 자격증 취득자는 1316명(10월 14일 기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보험사 입사를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이라면 보험전문 자격증에 도전해볼 만하다. 심명보 한화생명 인사팀 대리는 “계리사뿐 아니라 국제재무설계사(CFP)와 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 소지자도 입사에 유리하다”고 소개했다.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