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IS 돈거래 영수증 분석…역설적으로 최측근에 배신당해
적대조직에 보호비 건네며 은신한 IS 수괴, '믿는 도끼에 발등'
미군 특수부대의 급습으로 숨진 이슬람국가(IS) 수괴는 경쟁 관계인 이슬람 급진 조직에 보호비를 줘가면서까지 몸을 의탁했으나 역설적으로 최측근에게 배신을 당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IS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이슬람 급진단체 알카에다의 비공식 지부인 '후라스 알딘'이 장악하고 있던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마지막 순간에 은신하고 있었다.

후라스 알딘은 과거 IS의 적이기도 했다.

NYT는 IS의 꼼꼼한 회계 방식으로 작성된 영수증을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IS가 후라스 알딘 측에 최소 6만7천 달러(약 7천800만원)를 보호비 명목으로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후라스 알딘은 알바그다디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줬으나 알바그다디는 결국에는 자신이 믿던 심복의 배신으로 지난 주말 들이닥친 미군에 죽임을 당했다고 두 명의 미국인 관리가 30일(현지시간) NYT에 밝혔다.

알바그다디가 숨어있던 이들립주(州)의 바리샤 마을은 후라스 알딘이 장악하고 있던 곳이다.

과거 IS와는 서로 멤버들을 죽고 죽이기까지 했을 정도로 적대관계에 있었다.

이런 까닭에 이곳은 얼핏 보기에는 전 세계 지명 수배 1순위인 IS 수괴가 환대 속에 숨어있을 만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퇴직한 미국 첩보요원인 아사드 알모하마드가 접촉해 시리아에서 확보한 IS 회계장부에는 IS와 후라스 알딘이 막후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장부에는 2017년 초부터 2018년 중반까지 후라스 알딘 측에 IS가 건넨 보안, 미디어 장비, 급료, 보급 등의 명목으로 건넨 영수증 8장이 묶여 있었다.

이들 영수증은 IS 보안부 로고로 발부됐고, 후라스 알딘 관리들로 확인된 이들이 서명한 것으로 돼 있다.

IS와 후라스 알딘은 표면상으로는 적대 관계였으나 영수증 철로 보건대 막후 채널이 가동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NYT는 지적했다.

적대조직에 보호비 건네며 은신한 IS 수괴, '믿는 도끼에 발등'
NYT에 따르면, 지난 27일 알바그다디 사망 발표는 급작스러운 면이 있으나 IS가 터키 접경지인 이들립주의 라이벌 근거지에 침투했을 뿐 아니라 이를 은신처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여러 정황상 올 2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분석이다.

첩보상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은 알바그다디가 이들립 은신처에 도착한 것은 7월께라고 말했다.

이후 알바그다디의 은신처를 급습하기까지 지난 3개월 반 동안 미 첩보 조직은 이 지역에 감시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처음에는 이곳에 알카에다 연계조직이 존재하고 러시아, 시리아 정부가 영공을 장악하고 있어 미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여겼다.

그러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전 북부 시리아에서 미군 철군을 전격 발표하는 바람에 자칫 알바그다디를 놓칠 수 있다고 본 미 국방부가 급습을 단행하게 됐다.

비록 IS가 알카에다 연계 지부 조직원들에게 보호비 조로 돈을 건넸을지라도 알바그다디의 운명은 그가 신임하던 몇 사람 중의 한 명에 의해 버림받았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알바그다디를 배신한 내부 정보원의 신원은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정통한 소식통은 "알바그다디와 아주, 아주 가깝고 신임받던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이 정보원은 이 지역에 광범위한 접촉면을 유지하고 있는 쿠르드계 민병대인 시리아 민주군(SDF)에 의해 채용됐다고 한다.

바로 그가 알바그다디의 속옷과 혈액샘플을 미리 확보해 정체 확인에 도움을 줬다고 SDF 사령관 마즐룸 압디는 NYT에 밝혔다.

알바그다디를 지난 5년 동안 지켜본 몇몇 IS 조직원들은 그가 측근 그룹에조차 외부인이 침투할 것을 병적으로 두려워한 나머지 신변 안전만큼은 몇 안 되는 최측근과 가족 구성원에 한해 맡겨왔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결국 알바그다디는 신뢰하던 심복의 배신에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처지가 되며 최후를 맞이했다.

적대조직에 보호비 건네며 은신한 IS 수괴, '믿는 도끼에 발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