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희망 26만명 조사해놓고…동원계획은 6년간 70만명"
국가기록원, 탄광 근로자 명단도 공개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 있을 수도"
총독부 인력조사 보고서 등 日강제동원 증명 기록물 공개
대법원의 일본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싸고 한일 정부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전시 강제동원을 위해 전국의 노동력을 치밀하게 조사한 내용을 담은 희귀 기록물이 일반에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은 31일 조선총독부가 만든 '노무자원 조사에 관한 건' 문건 등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 원본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조선총독부가 조선 전역의 노동력을 조사하기 위해 1940년 3∼9월 각 도에 시달하고 회신받은 공문과 취합 통계자료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 문건은 조선총독부 문서고에서 서울대 규장각, 6·25 전쟁 당시에는 경산 조폐창 등을 거쳐 국가기록원이 확보한 문건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논문 등을 통해 일부 알려졌으나 일반에 원본이 공개되고 자세한 내용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조선총독부는 당시 각 도지사에게 1940년 3월 말을 기준으로 농업에서 벗어나 일시적으로 타지에서 돈을 벌고 싶어하거나 직업을 바꾸려는 출가(出稼)·전업(轉業) 가능성이 있는 인원을 조사하도록 했다.

문건은 "과잉 노동력의 소재와 양을 밝혀 전시 노무대책에 이바지하고자 농촌에서의 노무자원 조사를 행함"이라고 조사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조사는 1개 면(面)당 농가 100호를 선정해 해당 인원을 파악한 뒤 이를 일정 경작 규모 미만 농가 호수에 적용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대상 연령은 남성은 20∼45세, 여성은 12∼19세였다.

강제동원 주 대상층을 해당 연령대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출가·전업이 가능한 인력은 남성 92만7천536명, 여성은 23만2천641명 등 총 116만177명으로 파악돼있다.

이는 당시 조선인 총인구 2천354만7천465명의 5%에 해당한다.

어린이와 노인, 20세 이상 여성 등 조사대상이 아닌 인구를 제외하면 총인구의 10%에 이른다.

총독부 인력조사 보고서 등 日강제동원 증명 기록물 공개
특히 출가·전업을 희망하는 인력을 보면 일제의 조선인 동원이 강제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국가기록원은 설명했다.

출가·전업 희망 인력은 남성 24만2천314명, 여성 2만767명 등 총 26만3천81명으로 기록돼있다.

출가·전업 가능인력 대비 희망인력 비율은 22.7%로, 남성이 26.1%이고 여성은 8.9%에 불과하다.

당시 일본의 노무동원계획 상 동원 예정 조선인 수는 1939∼1941년 3년 동안에만 25만명을 넘어 1942년부터는 조사에서 파악된 출가·전업 희망 인력을 초과하게 된다.

1939∼1944년까지 6년간 동원예정 인원을 합치면 71만4천800명에 이른다.

국가기록원은 "노동력 조사 결과와 노무동원계획인원을 비교하면 일제의 조선인 인력동원이 강제적인 것이었으며 강제동원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음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가 표본조사를 통해 산출하는 조사방식도 조선인을 최대한 동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특히 여성의 가능자 수 대비 희망자 수 비율이 8.9%에 불과하다는 점은 여성의 동원이 더 강제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기록원은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전문적으로 수집한 재일동포 고(故) 김광렬(1927∼2015) 씨로부터 기증받은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일본 후쿠오카(福岡)에 있는 '가이지마(貝島) 오노우라(大之浦) 6·7 탄광 근로자 명부'와 관련 사진, 명부 수집 경위가 기록된 김 선생의 일기(1976년 7∼8월) 등이다.

탄광 근로자 명부는 1900∼1950년 탄광직원의 이름과 생년월일, 본적, 가족관계, 고용연월일, 도주·사망·귀국 등 해고사유와 날짜 등을 기록한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이 기록에 오른 8천486명 중 1천896명이 조선인으로 추정된다"며 "이 가운데 기존에 나온 강제동원 명부에 없는 피해자가 추가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은 김광렬 기증 기록물 중 근로자 명부, 건강보험대장 등에 수록된 근로자 14만명의 인적사항을 연내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이번에 공개하는 자료는 지난해 기증받을 당시 일부 내용이 공개됐으나 대부분은 관련 전문가도 실체 확인이 쉽지 않았던 희귀 기록물"이라며 "피해 진상규명과 권리구제 관련 연구에 귀중한 사료"라고 말했다.

총독부 인력조사 보고서 등 日강제동원 증명 기록물 공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