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한철수 창원상공회의소 회장)“반(反)기업 정서에 친노동정책까지…. 기업하는 게 죄죠.”(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속마음을 죄다 드러낸 기업인들의 말은 예상보다 거칠었다. 호소라기보다 아우성에 가까웠다. 울분을 토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공장을 돌려 (대출) 이자 내기도 버겁다. 기업은 죽어가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한숨과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18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 참석한 기업인들 얘기다.흔들리는 기업인들국내 18만 상공인을 대표하는 전국 상의 회장 50여 명은 오랜 경기침체 탓에 기업들이 말라죽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역 경제 악화와 기업 자금난 등에 대한 우려도 터져나왔다. 지나친 친노동·반기업정책 등 ‘정책 리스크’ 얘기를 꺼내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진 데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대외 여건마저 나빠지면서 “이젠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란 목소리가 쏟아졌다.지역 경제와 이를 떠받쳐온 기업들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일감이 뚝 끊기면서 공장마다 가동률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감원에 들어갔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한철수 회장(고려철강 회장)은 “금융위기는 일시적 쇼크였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서서히 침몰하는 것 같다”며 “주변 기업 절반 이상이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태웅 회장)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은 경영난이 심각한 자동차 회사와 조선사 관련 부품 업체가 밀집해 다른 곳보다 훨씬 어렵다”며 “참담한 상황”이라고 했다.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되레 반기업 정책만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이 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및 준비 안 된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추진 등 친노동정책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는 호소였다. 탈원전 등 ‘일방통행’ 정책과 툭하면 공장을 멈추게 하는 산업안전법(산안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 등 ‘규제 쓰나미’도 산업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재하 회장(삼보모터스그룹 회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공장 문을 닫고 해외로 나간 기업인들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한철수 회장은 “정책이 기업 반대쪽으로 가다 보니 투자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며 “기업 해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지방상의 회장은 “기업을 위한 정부 정책이 사실상 실종됐다”며 “중소기업이 연명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정치 리스크에 못 살겠다”기업인들은 “정치 때문에 못 살겠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정국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정치’만 남고 ‘경제’는 실종됐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가을 국회가 ‘올스톱’되면서 주요 경제 법안이 줄줄이 정쟁에 묻히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컸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및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등 굵직한 법안들이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각종 경제활성화 및 규제 완화 관련 법안 처리는 ‘언감생심’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이강신 인천상의 회장(영진공사 회장)은 “경제는 정치에 발목이 붙잡혀 있는데, 정치권은 경제와 기업 탓만 하고 있다. 그냥 (경제를) 내버려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고 쓴소리를 했다.땅에 떨어진 기업인의 사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정작 안에서는 손가락질 받고 있는 처지를 개탄했다. “기업인들이 모이면 ‘기업하기 싫다, 기업하는 사람만 죄인’이란 얘기를 주고받는다”(이재하 회장)는 말이 나올 정도다.한 기업인은 “자식한테 회사를 물려줄 엄두가 안 난다. 공장 문을 닫고 이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부산=도병욱/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날 밝자 인력·장비 본격 투입…선체 구멍 내 생존 확인 후 음식물 투입드릴로 선체 떼어낸 뒤 구조작업…해 지기전 전원 구조미국 해안경비대는 골든레이호 전도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선내에 고립된 한국인 선원 4명을 구조하기 위해 무더위 속에 시간과 사투하며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미국 동부 조지아주 브런즈윅의 해안에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소속의 이 자동차 운반선에는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전날 20명이 구조된 뒤 남은 4명의 생사가 완전히 확인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더욱이 전도된 지 벌써 24시간이 넘어가는 데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고립된 이들의 건강이 매우 우려됐다.전날 오후 6시께 선박 안쪽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를 확인한 후 생존자가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해안경비대는 날이 밝자마자 구조 작업에 나섰다.이날 오전 6시 대책회의를 가진 직후 본격적인 구조에 들어가 헬기를 투입해 전도된 선박 위에 사람과 구조장비를 실어날랐다.이들은 선체를 두드려 내부 반응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했다.10~20분 간격으로 작업을 반복한 결과 빠른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고 생존자가 있다고 확신했다.또 화학 전문팀이 선체에 작은 구멍을 뚫어 유해 기체가 선내에 남아있는지 검사했다.전날 선체 내부 화재의 여파로 유독 가스가 배를 채우고 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지만 다행스럽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고 한다.오전 11시 무렵 외신에서는 4명 모두 생존해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해안경비대는 일단 전원 생존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그러면서 선체 내부에 작은 구멍을 뚫어 내시경 카메라를 집어넣어 선원들의 생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했다.이런 과정을 통해 오후 1시께 4명 모두 생존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트위터 계정에도 공식화했다.4명 중 3명이 한곳에 모여있던 곳은 직접 생존 사실을 확인했고, 따로 떨어져 있던 나머지 1명은 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살아있음을 전해 들었다.해안경비대는 해당 선체에 좀 더 큰 구멍을 뚫은 뒤 빵과 물 등 음식을 공수하며 생존자들이 허기를 채우고 탈진하지 않도록 배려했다.그마저도 홀로 있던 1명에게는 음식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이날 브런즈윅의 날씨는 외부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돌고 습기까지 높은 상황이었다.해안경비대는 우선 3명을 구조하기 위해 선체를 절단해서 떼어내는 작업에 돌입했다.불똥이 튀는 용접 방식 대신 드릴을 이용한 분해 작업을 진행했다.전날 화재가 발생한 데다 자칫 불똥이 튀면 제2의 화재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이런 과정을 통해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에서 3명을 구조했다는 희소식을 전했다.또 2시간여가 흐른 오후 늦게 나머지 선원 1명까지 무사히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이 선원은 3명과 약간 떨어진 엔지니어링 통제실 칸의 강화 유리 뒤쪽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마지막 선원까지 구조가 완료되자 해안경비대 존 리드 대령은 "놀라운 일이에요.여러분이 이걸 해내서 내 경력 최고의 날입니다"라고 외쳤고, 구조 선원도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높이 든 채 영어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라고 답례했다.힘들었지만 절박했던 구조작업이 환호로 바뀌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장면이자 해안경비대의 진가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연합뉴스
구조된 선원 4명, 특별한 외상 없어…사고대책반 규모도 줄듯미국 동부 브런즈윅 인근 해상에서 전도된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의 마지막 구조자는 9일(현지시간) "깜깜하고 어두운 상황이 길었고 못 견딜 것 같았다"며 선체에 갇혀있을 당시 절박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영준 애틀랜타 총영사는 이날 구조된 4명의 선원이 입원한 병원과 전날 구조된 이들의 숙소를 위로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봤을 때는 생각보다 빨리 구조됐다고 하는데, 그분은 정말 길었다고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의 마지막 구조자의 언급을 전했다.김 총영사는 "오늘 구조된 나머지 세 분은 같이 있어서 서로 의지라도 할 텐데, 이분은 혼자 떨어져 고립감이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김 총영사는 이날 구조된 이들에게 전날 구조된 한국 선원들이 병원을 방문했다가 외부인 출입금지여서 면회를 못 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는 얘기를 전하자 눈물을 글썽였다면서 강한 동료애를 느꼈다고 말했다.또 이날 구조된 4명 모두 특별한 외상이 없고 안정만 찾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면서, 특히 마지막 구조자는 혼자 고립된 방에 오래 있었던 만큼 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그는 사고 경위에 대한 대화도 나눴느냐는 질문에 "병원에 누워계신 분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배에서 있었던 얘기를 하면 자꾸 생각나게 하니까 피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대답했다.김 총영사는 예상보다 구조작업이 일찍 끝났다며 일화도 소개했다.사고대책반에 라면 등 먹거리를 잔뜩 가져왔는데 필요 없게 됐다며 "이것을 먹으면서 안타까워하는 것보다는 안 쓰게 된 것이 더욱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그러면서 당초 사고대책반을 15명으로 꾸리려고 했지만 구조 작업이 일찍 마무리됨에 따라 대책반 규모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김 총영사는 "세월호, 부다페스트 등 선박과 관련해선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하고 국민도 관심이 큰 데 장기화하지 않고 구조작업이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구조된 분들을 좀 더 지켜보고 가족분들 방문도 있어 남은 일에 집중하며 저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