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복귀하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복귀하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번째 재판에서 판사가 “심리 중에도 기업총수로서 할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정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들에게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나온 건 지난해 2월5일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이다.

25일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의 뇌물공여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은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부장판사는 공판을 마치며 이례적으로 피고인을 훈계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어떠한 재판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달라”며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1993년 독일 프랑스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극복했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냐”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정 부장판사가 이야기를 하는 5분여간 재판부를 계속 바라봤으며 정 부장판사의 질문에는 “예”라고만 답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인으로 역할을 강조하면서 “삼성 내부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복귀하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복귀하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핵심 쟁점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인 현재의 형량이 어떻게 바뀔지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건낸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원,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34억원 상당의 말 세마리,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 등 86억여원을 모두 뇌물(이 부회장의 횡령금)로 인정했다.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되지만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2년6개월 이상의 징역으로 작량감경을 할 수 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이 부회장 공판은 11월22일과 12월6일에도 진행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29분 검은 양복에 회색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재판에 앞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어두운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다가 가끔 방청석 쪽을 돌아보며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남정민/신연수 기자 peux@hankyung.com


[정준영 부장판사의 발언 전문]

오늘 공판 마치기 전에 몇가지 사항 덧붙이고자 합니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 시작된 지금 이시점으로서는 이사항 재판진행이나 재판결과와는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해둡니다.

이 사건 수사와 재판 위해 많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습니다. 또 이 사건에서 밝혀진 위법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도 큽니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삼성그룹이 이 사건과 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 할 겁니다.

첫째,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효적인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범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아니라 박(근혜 전)대통령, 최서원씨도 이사건 범죄 생각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한편 지금도 삼성그룹 내부에 실효적인 준범감시제도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이사건 같은 범죄는 재발될 수 있습니다. 실효적인 준범감시제도는 하급기관 비리만 방지하는게 아니라 고위직 임원과 기업총수의 비리행위도 방지할수있는 철저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와 관하여는 미국에서 시행하는 실효적 감시제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위해 저지른 범죄라는 점입니다. 모방형 경제모델로 국가발전 주도한 재벌체제에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공정한 경쟁 가로막고 있고 우리 국가경제가 혁신형 모델로 발전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엄중한 시기에 재벌 총수는 재벌체제 폐해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기여해야할 것입니다. 재벌체제 혁신 통해 혁신기업 메카로 탈바꿈하는 이스라엘의 최근 경험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재용 피고인에게 당부드립니다. 어떠한 재판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할일과 할수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1993년 독일과 프랑스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 버리고 사업 질 높이자고 이른바 삼성 신경영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습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

오늘 공판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