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1년 됐지만 "여전히 실태 심각"
이른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감정노동자들이 여전히 심각한 감정노동에 노출돼 있고 이들이 겪는 직장 내 괴롭힘은 지난해보다 심해졌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고객응대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업주가 예방조치를 하게 의무화한 조항이 추가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법에 제26조의2(고객의 폭언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가 신설됐으며, 작년 10월 18일 시행에 들어갔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감정노동자 보호와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개선이 없다며 "노동자의 절반이 감정노동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 손상 또는 뇌·심혈관계질환을 겪을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가 병원, 백화점, 콜센터, 정부기관 등 노동자 2천7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여성 62%, 남성 42%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때문에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상태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는 38.2%로, 지난해 조사 당시(27.8%)에 비해 약 10%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국제 연구에서 나타나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율이 10% 초반인 것에 비하면 4배 가까운 수치"라며 "2가지 이상의 괴롭힘을 겪고 있는 집단 비중도 약 30%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설문조사 응답자 중 70%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 단체는 지난 1년간 감정노동자 보호법 관련 신고 건수는 9건, 과태료 부과 2건에 불과했다는 국정감사 지적을 인용하며 "신고하지 않으면 조사하지 않고 조사해도 80%는 과태료 대상조차 안 되는 처분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고용노동부에 즉각적인 일제 점검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