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공모하면서 높은 점수 유치원들 지원안해…평가 핵심기조도 조정돼

시설 좋은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려던 경기도교육청이 '매입형유치원'을 재공모하는 과정에서 되레 최초 평가 점수가 더 낮은 유치원을 매입하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첫 공모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바람에 선정된 유치원이 당초 계획에 미달하자 재공모를 냈는데, 재공모에서 평가 주안점이 조정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유치원들이 재공모에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평가 배점 등이 바뀌고 주관적 평가 배점이 늘어나면서 등수가 뒤바뀌는 등 일관적 평가방식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설 좋은 사립 매입하겠다"던 교육청, 점수낮은 유치원 매입
13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청은 지난 5월 매입형유치원 모집 공고를 내고 도내에서 10학급 이상을 인가받아 운영 중인 사립유치원 15개원을 사들여 내년 3월 1일자로 공립유치원으로 전환, 개원하기로 했다.

모집 공고에는 대상 사립유치원 239곳 중 85개원(36%)이 지원해 경쟁률 5.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공모 결과 매입형유치원으로 선정된 곳은 9개원 뿐이었다.

1∼15등 중 근거리에 이미 단설유치원이 있어 최종 선정에서 탈락한 7, 9등 유치원을 제외한 1∼11등 9개 유치원이 선정됐다.

애초 공모계획인 '15개원 선정'대로였다면 17등까지 선정됐어야 했으나 '가급적 개보수 공사 없이 바로 공립유치원으로 전환 가능한 유치원'이란 엄격한 시설 기준을 적용해 9개 유치원(1∼11등)만 통과된 것이다.

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 15개원을 공립으로 전환한다는 도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취지로 8월 중순 재공모를 냈으나, 지원한 46개원 중 단 두 곳을 제외한 44개원이 모두 첫 공모에 지원한 유치원들이었다.

사실상 첫 공모에서 탈락한 유치원을 대상으로 재평가가 진행된 것이고, 최종 선정된 6개원은 모두 탈락 유치원 중에서 선정됐다.

첫 공모에서 적용한 '엄격한 시설기준'을 3개월 만에 완화한 셈이다.

심지어 첫 공모 당시 최종 점수가 15등 이내였던 유치원들이 재공모에는 지원하지 않아, 첫 공모 때 합격권에 있던 유치원보다 등수가 최고 30등 넘게 차이 나는 유치원이 재공모 결과 매입형유치원으로 최종 선정되는 촌극도 빚어졌다.

"시설 좋은 사립 매입하겠다"던 교육청, 점수낮은 유치원 매입
당초 계획대로 15개원을 등수대로 뽑았다면 학부모와 원아들에게 보다 양질의 유치원 시설을 제공할 수 있었을 텐데, 공교롭게도 재공모하는 과정에서 도 교육청 스스로 그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매입형유치원 선정에 대한 정해진 매뉴얼도 없어 첫 공모와 재공모의 정량평가 평가지표별 배점, 배점 간격 등 일부가 변경되기도 했다.

일례로 정량평가 평가지표 중 시설여건에서 건축 노후도를 평가하는 항목의 배점 기준이 첫 공모 때는 6년 미만이 최고점, 12년 이상이 최하점이었으나, 재공모 때는 10년 미만이 최고점, 15년 이상이 최하점으로 조정됐다.

정량평가 총점은 75점에서 70점으로 축소됐지만,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이 반영되는 정량평가의 종합의견 배점은 10점에서 12점으로 늘었다.

정성평가인 현장평가 점수도 25점에서 30점으로 늘어, 전체적으로 주관적 평가 점수의 배점이 늘면서 전반적으로 주관적 평가 점수가 확대됐다.

이처럼 평가 방식이 수정되면서 동일한 심사위원들이 동일한 유치원을 평가했음에도 첫 공모 때 매겨진 등수가 재공모에 와서는 뒤바뀌기도 했다.

첫 공모 때 최종 43등이었던 A유치원은 재공모에서 6등으로 매입형유치원에 선정됐다.

B유치원은 원래 C, D유치원보다 높은 등수였지만, 재공모 결과 더 낮은 등수로 합격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매입형유치원 선정 과정은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됐으며, 시설여건과 지역 여건을 고루 살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는 "첫 공모 때는 바로 공립 전환이 가능한 시설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재공모 때는 그보다 단설유치원 설립이 시급한 지역의 공립 확충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설 좋은 사립 매입하겠다"던 교육청, 점수낮은 유치원 매입
이어 "이 과정에서 등수가 다소 변동된 면도 있지만, 등수 간 점수 차가 크지도 않을뿐더러 변동 폭이 크지도 않았다"라며 "올해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 매입형유치원 모집 전형에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도교육청은 최근 자체 투자심사를 열어 매입형유치원으로 최종 선정된 15개원을 내년 3월 1일자로 공립으로 전환하기 위해 총 73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대상 유치원과 확약서를 작성한 뒤 본격적인 공립유치원 개원 과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14일부터 지역을 돌며 대상 유치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