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단체 "조국 사태, 화두는 공정성…정치적 악용 경계해야"
대학 총학생회 연합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12일 고려대학교 하나과학관에서 '대학생은 왜, 무엇에 분노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지난 4월 경북대, 고려대, 단국대, 동덕여대, 서울대, 신라대, 이화여대, 등 총 28개 대학 총학생회가 함께 모여 출범했고 현재 35개 학교가 가입해 있다.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기조 발제를 통해 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 9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들에게 '조국 사태에 대해 분노했냐'는 질문을 주고 1점(전혀 분노하지 않음)부터 7점(매우 분노)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는데 평균 4.72점이 나왔다.

1점은 10명, 7점은 23명이었다.

분노하게 된 이유로는 '기성세대의 진영논리'가 1위, '공정성에 대한 배신감'이 2위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더 나은 대학생의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책으로 '입시제도 개혁'을 1위, '감사 확대 등을 통한 대학 공공성 강화'를 2위로 꼽았다.

기조 발제에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학생들은 대학생이 조국 장관의 가족 관련 의혹을 비판하면서도 이런 것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점을 우려했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이번 사안이 극단적인 대립 구도로 치달으면서 진영 논리에 엮이기 쉬웠다"며 "서울대 학생들은 조 장관 딸이 논문을 입시에 부정하게 사용했느냐를 떠나서 고등학생이 2주간 인턴을 거쳐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제1저자로 들어갔다는 것 자체에 분노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경쟁 사회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출발선이 얼마나 공정한가, 경쟁 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인가, 경쟁 규칙이 모두에게 잘 지켜지고 있는가 등 세 가지가 공정함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재학생 박민희씨는 "어떤 입장을 내더라도 한쪽 정당의 진영논리에 동의하는 게 되어버리는 게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공정함은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학생들은 현 정권이 공정성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저버렸다고 생각했고, 노력해서 학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고려대 재학생 황승환씨는 "고려대에서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집행부를 꾸려 집회를 여러 차례 열었다"며 "집회 과정에서 정치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순수성을 강조했는데도 현실적으로는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평범한 대학생으로 집회에 참여했겠지만 언론에 노출되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집회의 정치적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으면 이용당하고 끌려다니기 쉽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