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만 지켜주면 된다는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자)들이 좌우 양쪽에서 판을 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중도층이 사라지고 있어요.”

지난 25일 열린 세계변호사협회(IBA) 서울 총회의 ‘중도의 붕괴-포퓰리즘의 충격들’ 세션에서는 사람들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정치세력을 얻고자 하는 포퓰리즘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션을 진행한 알베르토 나바로 아르헨티나 변호사는 “포퓰리즘은 누구나 법으로 보호받는 체계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사법부 독립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변호를 하고 변호받을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변호사들은 구체적인 사례로 포퓰리즘이 법의 지배를 위협하는 모습을 전했다. 크리스티나 블랙로스 영국 변호사는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과정에서 사법부 독립까지 훼손하려는 포퓰리스트들의 공격성을 봤다고 전했다. 블랙로스 변호사는 “법관들이 ‘브렉시트를 결정할 때 영국 정부가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하자 ‘국민의 적들’이라는 이름으로 법관 사진이 나돌아다녔다”며 “포퓰리즘이 사법부에 대한 믿음조차 무너뜨리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스티븐 리치먼 미국 변호사는 “포퓰리즘 때문에 변호사로서 업무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자신과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사람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많은 사람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 같은 상황에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변호사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일화를 꺼내면서 과거에 비해 상대방을 인정하는 자세가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설명했다.

세션에 참석한 연사들은 “포퓰리즘은 선악 중심의 단순한 논리를 바탕으로 사안을 깊게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을 포섭하고 법체계를 무시한 해법을 강요한다”며 “적들을 벌주면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처럼 선동하지만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비겁한 술수’”라고 단언했다. 마리아 슬라자크 벨기에 변호사는 “그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법을 통해서만 사회질서가 바로잡힐 수 있다”며 “변호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포퓰리즘의 공세를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