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요트 들이받고 구호 없이 도주 인정…부산시 등과 합의 고려"
선박 음주운항으로 광안대교 충돌한 러시아 선장 1심 집유
음주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선박 운항 지시를 내려 요트와 충돌한 뒤 다시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화물선 선장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최진곤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선박 교통사고 도주) 등으로 기소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 선장 S(43) 씨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S 씨 혐의 중 업무상 과실 선박파괴 부분만 무죄로 보고 나머지 음주 운항, 선박 교통사고 도주, 업무상 교통방해, 예선 미사용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S 씨는 재판 과정에서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2차 충돌 뒤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고 요트와 바지선을 들이받은 1차 충돌 때는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현장을 벗어났을 뿐"이라고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S 씨가 1차 충돌 당시 삼등 항해사로부터 상황을 무전 보고받았고 요트 선원들이 씨그랜드호와 충돌했다고 고함치고 손짓한 점, 관제센터에 연락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요트 충돌을 미필적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선박 교통사고 도주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쟁점이 됐던 S 씨 음주 시점에 대해서도 "S 씨가 주장한 음주 시간과 코냑 양(50∼70㎖), 해경의 음주 측정 시간과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0.086%)를 근거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S 씨가 마셨다는 음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마셨어야 한다"며 사고 후 술을 마셨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사안전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상태로 선박을 운항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업무상 교통방해 혐의 부분 역시 재판부는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를 들이받아 주요 구조물이 손상돼 교량 안전을 위해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판단에 따라 교통통제를 한 것"이라며 씨그랜드호의 광안대교 충돌과 통행 제한 조치는 별개라는 S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술에 취해 요트를 충격해 선원에 상해를 입혔음에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는 과정에서 대형 교량을 들이받아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고 통행 불편도 유발했다"며 "다만 부산시와 요트 회사와 합의했고 부상자들의 상처가 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S 씨는 올해 2월 28일 부산 용호부두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6%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출항 지시를 내려 요트와 바지선을 들이받아 3명을 다치게 한 뒤 도주하다가 광안대교 하판 구조물과 충돌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앞서 S 씨에게 "사고 원인을 외부요인으로 돌리고 사고 후에 술을 마셨다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