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무작위 추첨보다 학생 선택권 늘어…5천482명 배정
일부서는 '고교평준화 근간 흔든다' 비판
강원 평준화고 입학 전형 내년부터 '선 지원 후 추첨' 적용
무작위로 신입생을 배정하던 강원지역 평준화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이 내년부터 '선 지원 후 추첨'으로 바뀐다.

강원도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학년도 강원도교육감입학전형(평준화) 고등학교 신입생 전형 요강을 확정해 2일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고입 전형에 단계별 절충형 방식을 도입,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일부 준 점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평준화고 입시 정원의 절반은 학생 지원에 따라 선발하고, 나머지는 기존의 무작위 배정을 적용한다.

학생들은 2개 학교를 선택해 원서를 제출하게 된다.

도교육청은 내신성적을 기준으로 지역별 전체 신입생 정원만큼 합격자를 선발한 뒤 2단계 추첨을 거쳐 학교를 배정한다.

1단계에서는 학교별 정원의 50%를 학생들이 미리 낸 1지망, 2지망 순으로 추첨 배정한다.

나머지 학생은 2단계에서 기존의 임의 추첨 방식을 거쳐 학교를 배정받는다.

2단계 과정에서 통학 시간이 50분 이상 걸리는 원거리 학교를 배제해 학생 불편을 최소화한다.

지역별 모집인원은 춘천 8개교 1천748명, 원주 8개교 2천380명, 강릉 7개교 1천354명 등 총 5천482명이며, 체육 특기자는 160명을 학교별로 정원 내에서 선발한다.

강원 평준화고 입학 전형 내년부터 '선 지원 후 추첨' 적용
도교육청은 2013년부터 도입한 무작위 임의 추첨 방식이 학교 쏠림 현상과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학생의 교육 선택권이 줄어들고 통학 불편 민원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 지원 후 추첨을 적용하면 학생이 희망 학교에 배정받는 비율이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도교육청은 새 배정 방식을 도입한 뒤 학생과 학부모 여론을 듣고 시설 개선, 통학, 교육과정 다양화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한편에서는 새 고입 전형 도입이 교육 평등을 흔든다는 입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는 "기존의 무작위 추첨 배정이 공교육의 기본 정신인 기회 균등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방식"이라며 "선 지원 후 추첨은 고교평준화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각 지역에 선호 학교가 존재하는 이상 선택권 존중이 과연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선택 시 고려 요인을 조사한 결과 학교의 전통과 명성은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며 "새 제도가 학생에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진일보한 방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고입 과정에서 학생이 학교 선택권을 갖지 못한 지역은 전국에서 강원도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원지역 2020학년도 고입 전형은 올해 12월 9∼13일 원서를 접수한 뒤 2020년 1월 8일 평준화고 합격자 발표하고 2020년 1월 17일 학교 배정을 마치는 순서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