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혜 교수 축사 "보이지 않는 차별 많아…끈질기게 바꿔야"
유튜브 관련 스타트업 창업 강미나씨 졸업생 대표로 연단에
축사도, 졸업생 대표연설도 여성이…서울대 후기 졸업식
"서울대에 처음 부임하고 교수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여교수는 호주(戶主)가 아니라 자격이 없다고 해서 못 들어갔죠.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전파하는 기구가 서울대를 시작으로 사회에 널리 퍼져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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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사회에 첫발을 딛는 모교 후배들을 위해 축사에 나선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바람이자 당부다.

서울대 자연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노 이사장은 지난해 한국연구재단 첫 여성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제15대 서울대 여교수회 회장을 역임한 노 이사장은 서울대 개교 이래 연구처장 보직을 맡은 첫 여성 교수이기도 하다.

노 이사장은 축사에서 "서울대에 부임할 당시 선배 교수 중에는 젊은 여자가 남자 선배들을 제치고 교수로 임용되는 것을 반대하며 동창회를 동원해 반대 운동을 한 분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노 이사장은 "교수든 학생이든 여성들은 일과 삶의 균형 때문에 애환이 많고, 보이지 않는 차별을 많이 겪는다"며 "여교수회 일을 하면서는 여교수들과의 연대가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리한 상황은 끈질기게 바꿔가야 한다"며 "과소대표된 다양한 그룹들이 마땅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기관장에게 건의하고,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전파하는 기구가 서울대를 시작으로 사회에 널리 퍼져 나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학위수여식 졸업생 대표 연설은 대학시절 창업 실패를 딛고 AI 관련 기술을 공부해 유튜브 마케팅 컨설팅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영대 강미나씨(25)가 맡았다.

강씨는 "어떤 길을 선택하든 캠퍼스 밖에서 마주할 고난과 역경은 많을 것"이라며 "실패의 순간이 있더라도 우리가 가진 힘으로 견뎌낼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 않고, 늘 개선점을 찾는 버릇이 있고, 발전하고 싶어 하고, 무엇이든 잘 배우는 사람들"이라며 "실패의 순간이 오더라도 끊임없이 발전해왔던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 총장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선택을 하고, 우리의 사회를 한층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학위수여식에는 학사 910명, 석사 1천74명, 박사 681명 등 총 2천665명이 학위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