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연합뉴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연합뉴스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62)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의 구속영장이 20일 기각됐다. 지난 5월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두 번째다.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모 전무와 경영혁신팀장인 심모 상무에 대한 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김 대표 등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검찰 수사도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약 3시간 30분간 김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날 오전 2시 30분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되어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김 대표 등은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으로 인한 부채를 감추다가 2015년 12월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이 과정에서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역시 거짓 재무제표로 이뤄진 만큼 위법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을 이용했다. 28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벌인 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인 1(제일모직) 대 0.35(옛 삼성물산)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 적법한 회계처리를 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일부 미비점이 있었더라도 자신은 회계 전문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혐의의 중대성, 객관적 자료 등에 의한 입증의 정도, 임직원 8명이 구속될 정도로 이미 현실화된 증거인멸, 회계법인 등 관련자들과의 허위진술 공모 등에 비추어 구속영장 기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 후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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