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예스24홀딩스에는 사내 직장인 밴드인 G24가 있다. 밴드 음악이라는 의미의 group sound의 ‘G’와 회사명의 24를 합해 이름 지었다. 한세예스24홀딩스 계열사인 한세실업, 한세엠케이, 한세드림, 예스24, 동아출판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비정기적으로 모여 연습한다. 연말에는 정기공연을 열어 수익금을 불우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뒤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사무실 내 앉고 싶은 자리에서 근무하는 ‘스마트오피스’, 마음대로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자율출퇴근제’ 등이 확산하면서 직장 내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미국 구글처럼 업무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하고, 자유로운 출퇴근으로 삶의 질이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상하 관계가 분명한 한국 특유의 직장문화 속에서 아직 낯설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달라진 직장 풍속에 적응해가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얘기를 들어봤다.칸막이 책상이 그리울 때도엔터테인먼트회사에 다니는 김 대리는 지난해 말 도입된 스마트오피스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사무실 좌석이 바뀌는 자율좌석제 때문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팀장과 멀리 떨어진 창가 자리에 앉기 위한 경쟁이 매일 펼쳐진다. 조금이라도 출근이 늦어진 날엔 화장실 앞이나 팀장 앞자리에 앉아야 한다. 김 대리는 “오전 10시인 출근 시간에 맞춰 오면 거의 출입구나 화장실 쪽에 자리를 잡게 돼 업무 시간 내내 신경이 쓰인다”며 “팀장 가까이 앉은 날은 눈치를 보다 두통이 생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출근 시간 한 시간 전에 미리 사무실에 나와 좋은 자리를 ‘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비슷한 시간에 출근한 경우엔 물밑 신경전이 벌어질 때도 종종 있다. 김 대리는 “매일 사무실 자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크다”며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한다고 다 실리콘밸리식 혁신이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회사의 창의적(?) 자리 배치로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근무하는 심 대리는 최근 사무실 구조가 바뀐 탓에 마음이 불편하다. 사무실 책상 네 개를 서로 90도로 틀어 바람개비 모양으로 변경하면서다. 애초 의도대로 창의력을 높이기는커녕 칸막이가 사라지면서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다른 사람의 모니터가 보여 집중하기 어려웠다. 심 대리는 “노트북에 보안필름을 붙이고 책상 옆에 책을 잔뜩 쌓아놓게 된다”며 “스마트오피스 도입으로 되레 대화는 줄고 카카오톡 등 메시지만 더 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예전의 칸막이 책상이 그립다”고도 했다.스마트오피스를 반기는 직장인도 꽤 있다. 정보기술(IT)회사에 다니는 윤 과장은 “일찍 출근해 좋은 자리에 앉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같이 앉기 싫은 상사나 동료를 피해 앉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PC 자동 온·오프제의 명과 암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정하는 자율출퇴근제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 반도체 장비 관련 회사에 다니는 오 대리는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당겼다. 대신 퇴근을 남보다 한 시간 일찍 한다. 붐비는 출퇴근 시간을 피해 오가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녁 시간 아이를 챙길 수 있게 됐다. 오 대리는 “일찍 퇴근하니 집 근처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들을 직접 데려올 수 있게 됐다”며 “팀장도 퇴근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빨리 사무실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정해진 시간에만 일하도록 하는 ‘PC 자동 온·오프제’도 책임감과 만족감을 높이는 제도로 여겨지고 있다.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 과장은 오전 9시에 업무용 컴퓨터를 켜면 오후 5시에 강제로 꺼지는 제도가 도입된 뒤 행복감이 높아졌다. 최 과장은 “일찍 와도 어차피 업무를 볼 수 없으니 다들 떳떳하게 9시에 출근한다”며 “과거에는 일을 끝내도 팀장이 안 가 자리를 못 떴지만 이젠 그럴 일이 없다”고 말했다. “오후 5시까지 모든 일을 끝내야 하는 부담감이 적지 않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진 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강제 PC 온·오프로 되레 더 고생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중견 주류업체 대외협력부서에서 일하는 고 차장은 “오후 6시면 회사가 업무용 PC를 꺼버리는 탓에 공식적으론 일할 수 없지만, 업무가 끝난 게 아니다”며 “휴대폰과 카카오톡 등으로 지시가 쏟아지면 퇴근 시간 후에도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이 대리는 “차라리 회사에서 일을 다 처리해놓고 퇴근하는 게 속 편하다”며 “일률적인 제도보다 업무와 직군에 따른 제도 적용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어디서든 일만 하면 OK꼭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회사가 늘면서 집이나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전자상거래회사에서 일하는 유 팀장은 사무실에서 집중이 잘 안 되는 날은 근처 직원용 카페로 옮긴다. 유선망으로만 접속할 수 있던 인트라넷을 무선망에서도 접속할 수 있어 가능하다. 전산실에서 허용만 하면 집에서도 일할 수 있다.IT회사에서 일하는 박 책임연구원은 이직 후 1년에 휴가를 한 달 정도 간다. 공식적으로 쓸 수 있는 휴가는 한 달인데도 사실상 두 달 휴가가 가능하다. 어디에서건 일만 하면 출근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올초에는 아내와 다섯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갔다. 박 책임연구원은 “외국에 나가서도 시간을 조절해 일할 수 있어 좋다”며 “다만 책임지고 성과를 내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는데 의사가 50대 허리라고 놀리네요. 이런 건 산재(산업재해보상보험) 처리 안 되나요?’(네이버 아이디 droa****)지난달 30일자 김과장 이대리 <업종별 직업병에 우는 직장인>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 기사는 직종별 업무 특성으로 인해 얻은 직업병의 사례를 담았다. 건강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계기가 됐다.댓글은 대부분 ‘남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아프다’는 식의 하소연으로 이어졌다. 잦은 회식으로 인한 과음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네이버 아이디 ejjs****는 “매일같이 회사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니 위가 남아나질 않는다”며 “위장약을 달고 사는데 술은 줄지 않으니… 술 먹는 횟수만 줄여도 살만할 텐데”라고 답글을 달았다.업무용 PC를 장시간 사용하면서 척추나 목관절 질환이 생겼다는 댓글도 많았다. 네이버 아이디 berr****는 “(목이 PC 쪽으로 기울어지는) 거북목 초기 증상이 와서 연말연초에 도수치료를 받았다”며 “정말 남 얘기 같지 않다.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퇴근하면 피곤해 운동은커녕 드러눕기 바쁘다”고 댓글을 썼다.네이버 아이디 nrae****는 댓글을 통해 “이런 게 산재 아니냐”고 성토했다. 그는 “일하다가 생긴 고질병은 회사가 산재로 인정하든지 치료비를 줘야 하는데 목이나 척추 디스크는 남들 다 있는 병이라고 생각하는지 배려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직장에서 얻은 고질병을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네이버 아이디 ygpr****는 “하지정맥류 같은 병은 근로 조건과 관련 있는 무거운 주제”라며 “대형마트 계산원들도 앉아서 일하기 시작하지 않았느냐”고 댓글을 달았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SK텔레콤 본사가 있는 서울 을지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老鋪)가 많다. 여기에 고전 감성을 찾는 젊은 층을 위한 레스토랑, 카페, 루프톱 주점, 칵테일바 등도 군데군데 들어섰다.신구의 조합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힙지로(힙하다+을지로)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힙(hip)하다’는 ‘최신 유행이나 세상 물정에 밝은’이라는 의미다. 식도락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SK텔레콤 직원들이 추천하는 을지로 맛집을 소개한다.‘안성집’은 6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을지로 대표 맛집이다. 1957년 개업한 이곳의 대표 메뉴는 돼지갈비와 육개장이다. 점심에는 갈비를 굽지 않기 때문에 육개장과 육개장칼국수를 주로 먹는다. 저녁에는 갈비와 함께 한잔하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초벌구이해서 나오는 돼지갈비는 500g(3만7000원) 단위로 판다. 굽기 전에는 양이 많아 보이지만 별도로 파는 보쌈김치를 곁들이면 어느새 ‘마지막 한 점을 누가 먹을 것인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진다.싱싱한 회가 먹고 싶다면 ‘갯마을횟집’을 찾으면 된다. 을지로3가역 근처 공업소 골목에 있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을지면옥’과 이웃사촌이다. 생선회와 감성돔구이로 구성된 간결한 메뉴가 특징이다. 상추쌈 물미역쌈과 곁들이면 쫄깃한 씹는 맛이 배가된다.날이 따뜻해지면서 시원한 음식이 당긴다. 이때 찾아가기 좋은 맛집이 ‘산골면옥 춘천막국수’다. 막국수뿐 아니라 초계국수 찐만두 빈대떡 등 다양한 음식이 맛깔나게 나온다. 심심한 메밀음식을 좋아한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사전 예약하면 통오리와 토종닭 요리도 주문할 수 있다.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대표적인 노포다.‘동원집’은 인근 직장인이 즐겨 먹는 감자국(감자탕) 맛집이다. 점심에 든든한 감자국 한 그릇도 좋고, 저녁에 소주 한 잔 기울이기에도 좋은 장소라는 평이다.젊은 감성이 돋보이는 ‘힙’한 장소를 찾는다면 ‘호텔 수선화’를 추천한다. 최근 을지로에서 유행하는 ‘간판 없는 카페’의 원조 격이다. 을지로 좁은 골목에서는 간판 없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힙지로에 가면 ‘탐정놀이’는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호텔 수선화는 을지로3가역 10번 출구로 나와 구불구불한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 간신히 찾을 수 있다. 점심 후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저녁에는 와인을 즐길 수 있다.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