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자율주행시대 오면 택시업계는 공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6일 시청 집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택시업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것”이라며 “시민과 함께하는 협의체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6일 시청 집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택시업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것”이라며 “시민과 함께하는 협의체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은 “마음 같아선 우버 등 차량공유 서비스를 도입해서 (택시업계에) 확고한 경쟁 시스템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택시업계가) 지금처럼 버티다가 자율주행시대가 오면 공멸할 것”이라며 “경쟁 시스템이 도입되면 시민들은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다만 “택시기사들의 생존권도 무시할 수 없어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시민과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택시업계, 정보기술(IT)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택시산업미래대응회의체를 열어 차량공유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 실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와 함께 “현재 서울시에는 7만 대의 택시가 있는데 인구 1300만 명의 일본 도쿄에 5만 대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많다”며 면허권 반납 등의 방식으로 택시 수를 줄여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심 재개발 새로운 길 찾는 박원순 서울시장
"골목길 없애는 개발은 반문명적…보존형 도시재생이 새 트렌드 될 것"


서울시청사 6층에 있는 박원순 시장 집무실에 들어서면 오른쪽엔 벽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시 지도 위에 관련 빅데이터와 영상정보가 총망라돼 있는, ‘디지털시민시장실’로 불리는 첨단 스크린이다. 박 시장은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능숙한 손놀림으로 구로구에서 방금 발생한 화재사건 현장 화면을 보여줬다. 박 시장은 “시장실에 앉아 있어도 서울 구석구석을 다 파악할 수 있다”며 “이런 시스템을 갖춘 시장실은 세계에서 우리뿐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 화면을 보면서 지난 7년간(박 시장 재임 기간) 서울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했다. “서울이 도시재생이라는 큰 틀에서 인문적 바탕과 역사적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골목길을 없애고 무조건 철거하는 도시개발은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고 반문명적”이라며 “서울의 도시재생 모델이 한국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난 사람=김태완 지식사회부장

만난 사람=김태완 지식사회부장

▷서울시장이 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시장님이 그리던 서울의 모습에 얼마나 가까워졌습니까.

“‘서울로7017’ 가보셨죠? 차로였던 고가가 친환경 보도가 됐습니다. 자동차에 점령당한 도심을 사람 중심으로 바꾼, 도심의 혁명적 전환이 일어난 거대한 변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봅니다. 이런 변화가 계속 확대될 겁니다.”

▷‘도시재생’으로 서울에 변화가 많이 있었죠.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문화비축기지로 바꾸고, 세운상가 일대는 노포(老鋪)를 보존하면서 재개발하고 있죠. 시청 일대도 도시재생적 방법으로 바꿔냈습니다. 시청 옆에 있는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 공간에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세웠습니다. 영국대사관과 협상을 벌여 막혀 있던 덕수궁 돌담길 70m 구간을 전면 개방했습니다. 서울 도심을 걸어본 사람들은 변화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도시재생이란 큰 틀에서, 서울이 야금야금 바뀌고 있습니다.”

▷보존형 도시재생의 취지는 좋지만 이해당사자들이 납득할 만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떤 정책에도 100% 찬성 또는 100% 반대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길엔 반대나 이의가 존재하고, 이해관계 충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정책이 하나로만 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정책의 분명한 원칙은 사람이 중심이고, 시민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이명박 시장 땐 뉴타운 재개발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서 서울을 휩쓸었죠. 사업 동의율 50%만 넘으면 무조건 철거했습니다. 이런 도시개발 방식은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고 반문명적입니다. 반성을 통해 시민의 삶이 존중되고 보존되는 범위 안에서 도시를 개발하는 방식이 시민들의 삶의 질이나 도시 경관,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도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게 서울이 구축한 도시재생 모델입니다. 중앙정부도 여기에 꽂혀 있습니다.”

▷강남북 균형 개발을 강조했는데요, 격차가 줄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강북에 굉장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죠. 경의선을 지하화하고, 경춘선을 폐선한 부지를 공원화했잖아요. 연트럴파크가 그냥 생겨난 게 아닙니다. 공원 주변은 삶의 질이 확 높아지죠. 서울숲 하나 때문에 성수동 일대가 완전히 떴습니다. 마곡동 서울식물원도 곧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때론 이런 ‘침술 요법’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양천구 목동에서 동대문 청량리까지를 100% 지하로 가로지르는 강북횡단선 건설도 근본적인 도시 변화고, 호재가 될 겁니다. 물론 강남북은 워낙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강남은 계속 좋아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죠.”

▷서울시에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복 얘기가 나오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행정이 100%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감사원과 언론의 시각이 약간 바뀌어야 합니다. 행정은 실험도 하고, 도전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청년수당도 비판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2017년 청년수당을 받은 사람의 40.8%가 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수당에 반대했던 사람과 저의 차이는 청년을 믿어주느냐, 아니냐에 있다고 봅니다. 청년수당으로 받은 돈을 모텔에 가서 썼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조사해보니 지방 소재 기업에 취업하려고 모텔에서 잤던 겁니다. 의심의 눈으로 보니 그런 비판까지 나왔다고 봅니다.”

▷얼마 전 배기가스 5등급 차량의 도심 통행금지 등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놨는데요. 미세먼지 문제는 외부 요인이 큰데 우리 내부의 대책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외부 요인이 크다고 해서 내부 요인을 안 고쳐도 되는 건 아니죠. 서울시는 2017년 이미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했습니다. 지난달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안전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8법이 국회를 통과했고요. 여기에는 서울시 정책이 많이 반영됐습니다. 예컨대 주택에 친환경 제품으로 분류되는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서울시가 실험하고 요청했던 정책이 반영돼 있습니다. 우선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최선을 다 해야죠.”

▷중국 베이징시와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것으로 압니다. 함께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구상이 있는지요.

“중국 등 주변 국가와 협력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이미 베이징과 미세먼지 관련 공동 연구를 하고 있고, 동북아시아 13개 도시와 협의체를 구성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어떻게 협력해 실제로 문제를 푸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좋아합니다. 제가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협력하면서 선진 기술, 정책을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왕도지, 외교적 분쟁을 일으켜서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택시시장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봅니까.

“마음 같아선 차량공유라든지 예컨대 우버, 카카오택시 등 이런 서비스를 허용해서 확고한 경쟁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시민을 위해 서비스는 분명히 좋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시 7만 대 택시 기사의 생존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같이 가야 합니다. 머지않아 자율주행 시스템이 들어올 것이고, 이대로 가면 모두 다 죽게 되거든요. 최근 서울시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정책 입안자 몇 사람의 지혜로는 풀기 참 어려운 문제라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중앙정부가 같이 가야 한다는 건, 택시 면허를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사야 한다는 뜻인가요.

“서울에 택시가 과도하게 많은 게 사실입니다. 도쿄 인구가 1300만 명인데 택시는 5만 대라고 합니다. 택시 면허권을 매입해 차량 수를 줄이면 좋은데 차량 한 대에 1억원 가까운 비용이 드니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죠.”
[단독] 박원순 시장 "마음 같아선 차량공유 허용하고 싶다"

■'워커홀릭' 박원순 시장 건강관리법

"1주일에 두 번씩, 남산에서 6㎞ 뛰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눈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10분 단위로 일정을 짜는 지독한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 10개 이상의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그럼에도 좀처럼 지친 기색을 보이는 일이 없다. 박 시장은 아무리 바빠도 “1주일에 두 번 남산에서 6㎞씩 뛴다”고 말했다. 남산에서 달리는 날은 일과를 오전 6시 시작한다.

평소 아내가 직접 담근 효소를 꾸준히 먹는 것 외에 시간 나는 대로 달리는 게 유일한 건강관리법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마라톤 외엔) 등산을 좋아한다”며 “백두대간 걷다가 수염 기른 모습으로 서울시장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2011년 7월 지리산에서 시작해 강원 속초 설악산까지 49일간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정치 참여를 고민했다. 박 시장이 당시 백두대간 종주 기록을 담은 책 《희망을 걷다》에 따르면 그가 결심을 굳힌 것은 속리산 피앗재를 넘어가면서다. 그는 백두대간을 걷다가 잠시 쉬면서 “엉터리 정치를 제대로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같은 해 9월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모습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고, 당선돼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박 시장은 2014년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둬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올랐다.

■박원순 시장 약력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74년 경기고 졸업
△1975년 서울대 사회계열 중퇴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1982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1983년 변호사 개업
△1985년 단국대 사학과 학사
△1995~2002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2001~2010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2006~2011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2011~2018년 제35·36대 서울시장
△2018년 6월~ 제37대 서울시장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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