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59·사법연수원 16기) 재판에 전·현직 판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기 시작했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의 심리로 열린 5차 공판에서 첫 증인으로 현직 판사인 정다주 부장판사(31기)가 법정에 섰다. 전·현직 판사 등 100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인들 중 첫 주자다.

정 부장판사는 2013년~2015년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했다. 당시 기획조정실장이던 임 전 차장 지시에 따라 각종 문건을 작성했다. 2013년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 선고 이후 각계 통향을 파악한 보고서,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된 국회 동향 등 민감한 내용의 보고서 작성자다.

정 부장판사는 이날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은 맞지만 그것을 당연한 업무로 여기고 수행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권한을 남용하는 부분이 많이 포함됐고 비밀스럽게 작성해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라고 진술한 것이 맞냐는 검사 질문에 “그렇게 진술한 적 있다”고 답했다.

정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대체적으로 인정하면서도 혐의를 구성하는 결정적 질문이나 다른 심의관에 관련된 사실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는 답변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이날 정 부장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판사들과 현직 법원장, 전직 대법관 등을 줄줄이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증인에 포함됐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