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살인죄나 치사죄로 처벌해 달라"…검찰, 직접 수사
'동전 택시기사' 사망 사건…가해자에 치사죄 적용될까
동전을 던지며 욕설을 한 승객과 다툼 끝에 숨진 택시기사의 유족이 가해자를 살인 등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검찰이 추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동전을 던진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가해자를 폭행죄로만 송치했지만, 검찰의 추가 수사로 형량이 더 무거운 '치사죄'가 적용될지 주목된다.

12일 검찰과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숨진 택시기사 A(70)씨의 두 아들은 최근 폭행 피의자 B(30)씨를 살인 등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8일 오전 3시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B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가량 만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당시 경찰은 A씨에게 심한 욕설을 하고 동전을 집어 던진 B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경찰은 주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동전을 던진 행위와 A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고 B씨를 폭행 혐의로만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의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송치했다.

A씨 두 아들은 최근 고소장을 통해 "고령인 피해자는 영하 9.4도로 몹시 추운 날씨에 가해자의 무자비한 행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한 채 넘어져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 피해자에게 즉시 응급조치를 할 법적 의무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사망할 거라는 인식을 하면서도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게 한 것은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의 두 아들은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면 예비적으로 유기치사나 중과실치사 등 치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근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 당시 상황만 봤을 때는 유족 주장처럼 B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마땅히 해야 할 위험방지 의무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경우에 적용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을 경우 인정된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A씨가 쓰러졌을 당시 B씨가 먼저 나서서 119나 112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B씨에게 위험방지 의무가 있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욕설을 하고 동전을 던진다고 해서 사람이 죽을 거라고 예상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찰도 동전을 던진 행위를 폭행으로 본 만큼 검찰이 폭행과 피해자 사망을 연결할 증거를 추가로 찾는다면 B씨의 최종 죄명이 폭행치사 등으로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유족들도 고소장에서 "피해자가 B씨와 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생긴 정신적 흥분이 급성심근경색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검 감정서에 분명히 적혀 있었다"며 "폭행 행위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지검은 이 고소 건을 인천지검 형사3부(정진웅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경찰로부터 송치된 B씨의 폭행 사건과 병합해 직접 추가 수사를 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유족이 피의자를 살인 등 혐의로 고소한 건은 다시 경찰로 수사 지휘를 내려보내지 않고 검찰이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며 "기소 때 적용할 최종 죄명은 추가 수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