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ㆍ교사 모두 만족하는 교복찾기…결론은 '후드 집업'
경기 화성 청림중·이천중 채택…확산에는 교내안팎 지원필요


"학생과 교사, 모두가 행복한 교복은 없을까?"
매년 새 학기가 되면 교문 앞에서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학생들은 불편하기도 하고 취향에 맞지도 않는 교복에 최대한 자신의 개성을 담아 보려 애쓰고, 교사들은 매의 눈으로 학생들의 '일탈'을 잡아낸다.

등굣길 아침부터 학생과 교사들의 눈치싸움, 포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셈이다.

경기 화성 동탄 청림중 정미애 교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은 교복을 입기 싫어하고, 수업하기에도 바쁜 교사들은 이를 지도하며 학생과 갈등을 겪는 현실이 학교 관리자로서도 참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 교장은 "그래서 하루는 교복을 입기 싫어하는 학생을 불러다 물어봤더니 '너무 불편해요', '교복만 입으면 추워요'라고 말하더라"라며 "그때부터 학생과 교사, 모두가 행복한 길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입기 싫다" vs "입어라"…교복전쟁 끝낸 '윈윈 디자인'은?
작년에 개교한 청림중으로 발령받은 정 교장은 먼저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엔 아예 교복을 없애는 것이 어떨까 싶어 넌지시 학부모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경제적 부담'과 '사복에 따른 위화감 조성'을 반대 이유로 많이 꼽았다고 했다.

그래서 교복을 없애는 최초의 구상은 접고 '학생들이 원하는 교복을 찾아보자'고 방향을 틀었다.

교복 디자인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흔히 알려진 블라우스 또는 셔츠에 치마, 바지와 재킷으로 구성된 '기본형 교복'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교육 활동을 할 때 가장 편한 옷이었으면 좋겠다는 이견으로 좁혀졌다.

1년 가까이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고르고 고른 끝에 블라우스, 셔츠 대신 흰 면티에 후드집업, 솜을 누빈 야구점퍼를 '학생과 교사가 행복한 교복'으로 선택했다.

체크무늬 반소매 티인 하복은 땀 배출이 용이한 특수원단을 활용해 체육복 겸용으로 하기로 했다.

이 역시 체육 시간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학생들의 건의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입기 싫다" vs "입어라"…교복전쟁 끝낸 '윈윈 디자인'은?
청림중과 같은 교복 변화의 바람은 도내 학교에서 조금씩 불고 있다.

이천중 역시 작년부터 춘추복에서 재킷 대신 후드티를 도입했다.

겨울철 재킷만으로는 보온성이 떨어져 학생들이 그 위에 패딩점퍼를 입는데, 소재 특성상 재킷을 입으면 움직임에 제약이 커 학생들이 입는 걸 꺼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입고 벗기 힘들다'는 학생들의 '후기'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후드티를 후드집업으로 바꿨다.

이천중 박상무 학생부장은 "학생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지만, 여전히 다양한 의견을 주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민주적으로 교복을 선정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편한 교복, 이 행복한 변화에 경기도교육청도 동참했다.

도교육청은 '편한 교복'을 권장하며 도내 25개 교육지원청을 다니며 '착한 교복 디자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여러 학교에 도달하려면 학교 안팎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입기 싫다" vs "입어라"…교복전쟁 끝낸 '윈윈 디자인'은?
정 교장은 "저 역시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는 건 정말 어렵다.

반대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헤쳐 나아갈 것인가라는 두려움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라며 "학부모 학생, 교직원의 뜻을 한데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