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김지은씨 진술 신빙성 인정…업무상 위력도 폭넓게 인정
10차례 범행 중 9차례 유죄…강제추행 1회는 "증명 안 됐다"
"현직 도지사·대권주자 지위 이용해 범행…피해자 고통에도 혐의 극구 부인"
안희정 '비서 성폭행' 무죄 뒤집혀 2심 징역3년6개월…법정구속
지위를 이용해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는 유죄 판결과 함께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저지른 10차례의 범행 가운데 한 번의 강제추행 혐의를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자 김지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위력'에 대해 폭넓게 해석한 것이 판단을 갈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지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감정을 진술한 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김씨가 자신에게 다소 불리한 부분을 솔직하게 진술한 것도 신빙성 판단에 도움이 됐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그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성폭행 피해 경위를 폭로하게 된 경위도 자연스럽고, 안 전 지사를 무고할 동기나 목적도 찾기 어렵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오히려 "동의하에 성관계한 것"이라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첫 간음이 있던 2017년 7월 러시아 출장 당시엔 김지은씨가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고, 김씨가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였다는 점 등을 볼 때 합의하에 성관계로 나아간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황이 발생한 이후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지속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도 김씨의 의사에 반해 간음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상 위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안 전 지사가 2017년 8월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씨를 추행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선 증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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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판단을 마친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직 도지사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해 9차례 걸쳐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지방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신분상 특징과 비서라는 관계 때문에 피고인의 지시를 순종해야 하고 내부적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김씨가 입었을 고통도 상세히 열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실명과 얼굴을 드러낸 채 뉴스에 출연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범행 자체로도 성적 모멸감과 함께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근거 없는 이야기가 유포돼 추가 피해를 보았다"며 2차 피해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사이에 호감이 형성돼 성관계가 있었을 뿐이라며, 도의적·사회적·정치적 책임 외에 법적 책임은 질 이유가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고 질타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차례 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