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연 오앤케이테크 회장 "신개념 살균 소재 개발…세계 무대서 통할 것"
모뎀 국산화의 주역인 1세대 벤처기업인 고시연 오앤케이테크 회장(70·사진)이 신개념 공기청정살균기로 ‘제2의 벤처’ 도전에 나섰다. 페달 등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오앤케이테크의 충남 아산공장 일부 공간은 최근 공기청정살균기 ‘에코 5’를 생산하는 곳으로 변신했다. 에코 5는 고온에 살균되는 특정 세균·곰팡이·바이러스 등을 흡착해 열분해하거나 제거하는 장치다. 핵심 부품은 세라믹에 특수 소재를 섞어 벌집(허니콤) 구조로 개발한 ‘세라믹 체임버’다. 이 부품은 전원 연결 시 수백 도의 고온으로 가열된다. 이 공장엔 50m가 넘는 세라믹로가 설치돼 있다.

고 회장은 “세라믹 체임버는 도자기처럼 흙을 구워서 만들기 때문에 원료 투입 후 완제품으로 제작하는 데 보름 정도 걸린다”며 “20%대에 머물던 수율을 75%로 끌어올리는 데 4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설비와 기술 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약 80억원”이라며 “이 부품을 활용하면 가정용, 차량용 등 다양한 공기청정살균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벤처 1세대다. 1987년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업체 자네트시스템을 설립해 모뎀을 국산화했다. 그는 “당시 외국 모뎀은 1 대 1 접속 방식인데 우리가 개발한 제품은 ‘1 대 다수’로 접속할 수 있는 장비였다”며 “이 기술로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국내 시장의 70%가량을 장악했다”고 회고했다. 고 회장은 2003년부터 2년간 한국IT벤처기업연합회장을 지냈다. 2004년 정보통신 발전 공로로 동탑훈장을 받았다.

그가 다시 제조업에 뛰어든 것은 2010년.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오앤케이테크를 창업했다.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고 회장은 “일본 제조업이 강한 것은 부품과 소재산업이 튼튼하기 때문”이라며 “공기청정살균기로 눈을 돌린 것도 세라믹 체임버라는 소재·부품 기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 조립·가공 형태의 제조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하지만 부품·소재 분야는 경쟁우위가 있으면 세계 무대에서 얼마든지 통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올해 남들이 은퇴할 나이인 칠순을 맞았음에도 새 도전에 나선 까닭이다.

고 회장은 “에코 5는 인체에 무해한 살균 정화 기능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시험에서 특정 부유세균이 75.9~93.8% 줄었고, 일산화탄소 저감률도 23.5%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고 우수발명품으로도 선정됐다. 작년까지 생산시설 구축을 완료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고 회장은 “우선 임신·출산·육아와 관련된 가정과 병원 및 요양시설, 애견숍 및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 등을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할 생각”이라며 “내수 기반을 다지면 미국·중국 법인과 각지의 파트너와 협력해 수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