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대응방안 마련 나서…객관성·공정성 담보도 미지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인상속도 조절 수순되나…노동계 우려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두고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절 수순으로 해석하며 우려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정부 초안을 다음 주 발표하고 이달 중 정부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다음 주 초 초안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은 최저임금위원회 아래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를 두고 구간설정위원회가 먼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하면 그 안에서 결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구간설정위원회가 전문가로만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집단이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해 노사 양측의 협상을 사실상 제한한다는 얘기다.

홍 부총리는 결정위원회에 대해서는 주요 노사단체 외에도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표를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는 2017년 9월∼작년 3월 활동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도 검토했던 사안이다.

당시 TF는 최저임금 결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지만 일단 현행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TF는 구간설정위원회를 15명 이내의 공익위원으로 구성하고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동수를 추천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임금은 기본적으로 당사자인 노사 협상으로 정하는 것인데도 전문가 집단이 그 한계를 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나온 데는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이 노사의 극한적 대립으로 파행이 잦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8천350원도 작년 7월 최저임금위에서 사용자위원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 부결에 반발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의 합의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인상속도 조절 수순되나…노동계 우려

최저임금 결정을 노사에 맡겨놓으면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만큼, 전문가 집단이 일정 구간을 정함으로써 협상을 촉진할 뿐 아니라 최저임금을 둘러싼 과도한 논란도 완화한다는 게 최저임금위 이원화의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과 함께 추진된다는 점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홍 부총리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

작년 12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정책 속도 조절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같은 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경기와 고용 등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도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할 때 경제적 상황을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경기와 고용 사정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 구간도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하더라도 객관성과 공정성이 얼마나 담보될지는 미지수다.

구간설정위원회를 전문가로만 구성하더라도 노사와 정부의 추천을 받아 위원을 위촉할 경우 노사 추천 위원의 대립 구도 속에 정부 추천 위원이 결정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 대한 대응 마련에 착수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9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워크숍을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요 노동 현안을 사회적 대화로 풀려고 하면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은 핵심 당사자인 노동계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먼저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노사의 주도성이 침해될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 없이 제도 변경을 강행하면 더 큰 갈등과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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