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해결하나 했더니'…해남경찰서 '침울'
"어떻게 잡은 피의자인데…"

해남 간척지 살인사건 피의자인 김모(59)씨가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28일 해남경찰서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사건을 수습하고 후속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경찰 관계자들의 바쁜 발걸음 소리만 복도에 흐르는 적막을 깼다.

흰색 감식복을 입은 과학수사대원들은 유치장을 바쁘게 오가며 현장을 감식하고, 증거를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이 사건의 실무 책임자인 수사과장실에는 오전 내내 회의가 열리며 경찰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살인사건 해결하나 했더니'…해남경찰서 '침울'
살인사건을 담당한 형사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침울한 표정이었다.

휴일도 없이 매일 밤을 꼬박 새우며 8일 동안 잠복해 겨우 체포해 온 피의자 김씨였다.

지난 19일 해남 간척지 공사장에서 장모(58)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김씨는 이미 종적을 감춘 터였다.

폐쇄회로(CC)TV 분석과 통신 수사로 겨우 김씨의 흔적을 찾아 나선 형사들은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이 사건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매서운 한파 속에 밤을 지새웠다.

고생 끝에 김씨를 체포하는 데 성공하면서 살인사건도 곧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김씨를 체포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그동안의 수고는 물거품이 됐다.

유치장 내부를 감독하지 않고 잠을 자버린 동료 경찰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었다.

담당 형사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고생한 끝에 체포한 피의자였다"며 "이렇게 허탈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다만 경찰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더라도 살인사건 수사는 끝까지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용건 수사과장은 "유치장 입감자 관리를 소홀히 한 우리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이 없는 상황일지라도 살인의 목적과 경위 등을 계속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살인사건 해결하나 했더니'…해남경찰서 '침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