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풀' 도입에 반대하는 전국 10만명의 택시기사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였다. 택시기사들은 "카카오 카풀이 적용되면 지금보다 더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며 카풀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보다 벌이 수준이 열악한 지방 택시기사들은 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이하 택시노조)는 20일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제3차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당초 3만명 규모 집회라고 신고했지만, 실제로 전국 각지 택시기사들 약 10만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집회가 열리기 전 오후 1시께부터 전국 택시기사들은 국회의사당 3번출구로 모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사들이 모여들면서 국회의사당 인근 상가 앞엔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세웠다. 건물 안에 들어가는 기사와 건물 경비원 간에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택시기사들은 검은색 근조 머리띠를 두르고, 집회 시작 전 손을 맞잡고 애도를 표하는 시간을 진행했다.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최모 씨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카풀 빙자 자가용 불법영업 퇴출', '여객법 개정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택시기사들은 "서민택시 생존권 말살하는 카풀앱 영업행위 즉각 중단하라", "카풀사업 척격하자", "불법 카풀 비호하는 청와대는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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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 "지금도 먹고살기 힘들다"…"지방은 한 달 120만원 겨우 번다"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지금도 생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카카오 카풀 도입을 반대했다. 서울 동대문에서 근무하는 60대 택시기사는 "하루 13~15시간 일해도 지금 200만원도 못 벌고 있다"며 "자가용까지 카풀하면 더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오늘 집회에 나왔다"고 밝혔다.

지방에서 올라온 택시기사들은 서울보다 더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대구에선 1000명의 택시기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기사로 18년째 근무중인 장재영(50)씨는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대구에서 새벽 6시부터 올라왔다"며 "하루 14~15시간 일하는데도 사납금 13만6000원을 내면 한 달에 겨우 120만원을 손에 쥐고 있다. 카카오 카풀이 들어오면 수입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택시는 손님들이 많아서 승차거부가 있을 지 몰라도 대구와 같은 지방은 손님이 없어서 못 태울 정도로, 다른 기사들 손님이라도 뺏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올라온 다른 택시기사도 "카카오카풀은 성범죄에도 노출될 수 있고, 사고가 나면 보상처리가 어떻게 되는 지도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며 "차라리 택시도 합승할 수 있게 해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꺼낸 '250만원 월급제'에 대해선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대구에서 10년째 택시를 운영중인 기사도 "지난 1월에 대구에서 기사들에게 월 50만원을 지급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내 말이 쏙 들어갔다"며 "대구시민들의 혈세로 주겠다는 얘긴데 이걸 어느 시민이 찬성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기사들은 카카오 카풀과 같은 공유경제 시스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냈다.

10년째 택시기사로 근무하는 60대 손용임씨는 "지금처럼 생계가 어려우면 지방택시는 카카오때문에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택시비가 올라가는 등 택시가 고급화가 된 다음에 카카오 카풀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도 교통사고 후 보험처리 같은 것이 문제가 되면서 3년 만에 카풀서비스가 사라진 것처럼 결국 경쟁력은 택시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 앞 의사당대로 8개 차로에서 집회 후 마포대교를 지나 마포역 인근까지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국회 100m 이내와 서강대교는 집회 대상으로 신고되지 않았다.

경찰은 택시로 국회 에워싸기, 마포대교 점거 등과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