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오타와에서 네 살 딸을 키우고 있는 매슈 브랜슨 씨(36)는 최근 유모차를 구입하면서 손잡이 높이 조절 기능부터 살펴봤다. 아내와 자신이 모두 이용하려면 키에 맞춰 높이를 조절해야 해서다. 그는 “딸이 태어났을 때 6개월 육아휴직을 냈고, 지금도 아내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애 키우는 아빠’를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는 엄마·아빠가 함께 길러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고, 정부에서도 남성 육아를 적극 권장한다. 노르웨이는 1993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아버지 휴가(daddy quota)’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자녀가 태어나면 아버지가 최소 10주 쉴 수 있는 제도다. 캐나다·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 글로벌네트워크 ‘에이폴리티컬(Apolitical)’은 제도를 이용할 자격이 있는 노르웨이 남성 중 90% 이상이 아버지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고 올해 9월 발표했다. 덴마크는 지방자치단체인 코뮌마다 ‘아빠들의 놀이터’를 운영한다. 0~5세 사이의 아이가 있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다른 남성들과 만나 고민을 나누거나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다.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일본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2010년부터 ‘이쿠맨(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기업을 선정하는 ‘이쿠맨 기업 어워드’, ‘이쿠보스 어워드’ 등이 주요 사업이다. 일본 분유업체인 나가모리유업은 2010년부터 이쿠맨 프로젝트를 통해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파파 강좌’를 열고 있다.

아빠들의 육아 열풍은 육아용품 시장도 바꿔놨다. 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은 1960년부터 독일 쾰른에서 매년 열리는 아동 및 유아용품 박람회에서 단순한 디자인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KOTRA 측은 “과거에는 여성 소비자만 겨냥해 제품을 디자인했지만 이제는 부모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디자인한 제품이 대세”라고 말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아이리서치가 발간한 ‘2017년 중국 영유아 가정백서’에서는 중국 내 영유아 제품 소비자 중 ‘아빠’ 비중이 29%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에서는 이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올해 739억달러(약 83조원)인 세계 육아용품 시장 규모가 2025년엔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성들의 육아 참여가 동력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수빈/주은진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