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을 앞두고 전 대법관들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조사하기 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가 압박 수단으로 유효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이인복 전 대법관에게 두 차례 비공개로 소환 통보했으나 이 전 대법관이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법관은 2014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중 옛 통합진보당의 잔여재산 관련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아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다. 그는 당시 법원행정처로부터 해산된 통진당의 잔여재산 처리방안 검토 문건을 받아 선관위 실무진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내부 자료를 원고한테 몰래 준 것”이라며 “반드시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가 소환되면 대법관 신분으로는 차한성·민일영·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이어 다섯 번째 소환이다.

수사팀은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도 준비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청구 카드를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검찰로서는 손해 볼 게 없고 오히려 법원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기도 관건이다. 전 대법관들에 대한 영장 청구가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하기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검찰의 의중이 다르게 비쳐질 수 있다. 소환 전이면 강공에, 후라면 회유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얘기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 소환 때까지 전 대법관들의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양 전 대법원장과 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양 전 대법관에게 후배 법관들이 내놓은 진술을 보여준 다음 진술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맞다고 하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게 되고, 틀리다고 하면 후배 법관이 거짓 진술을 한 것이 되게끔 하는 수사기법”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