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⑦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


내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고려대 총장에 김동원(경영학과)·남기춘(심리학과)·선경(의과대학)·이두희(경영학과)·정영환(법학전문대학원)·정진택(기계공학과)·최광식(한국사학과) 교수(이상 가나다 순)가 후보로 나섰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들을 만나 총장 출마의 변을 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총장이 된다면 대학 재정난 문제와 취업난은 어떻게 타개할 계획인지 등을 고루 물었다. 김동원 교수를 시작으로 19일부터 22일까지 1~2명의 후보를 가나다 순으로 순차 연재한다.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올해 ‘고연전’이 끝나고 충격을 받았다. 2년 연속 5:0, 4:1으로 연세대에 잇달아 참패를 당해서가 아니었다. 응원석에 연세대생이 더 많이 왔다는 말을 들었다. 최 교수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형님’, ‘동생’하며 의형제처럼 지내던 고대만의 문화를 되살리고 싶다”며 “‘각자도생’이 아니라 ‘동반도생’을 하는 학교를 만들려고 총장선거에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정년퇴임한 최 교수는 고려대 한국사학과 72학번으로 한국 고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다. 차관급인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문화재청장을 거쳐 문화체육부장관으로 재직했다.

최 교수가 바라는 고려대의 모습은 ‘지성과 감성, 야성을 모두 가르치는 학교’다. 그는 “한 학교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혁명으로 이어졌던 ‘4·18 학생 의거’같은 사례는 세계에서도 유일했다”며 “지금 고려대는 ‘원오브뎀(one of them)’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대안을 묻는 질문에 그는 “연세대 송도캠퍼스처럼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숙식만 하는 기숙사가 아니다. “‘1인 2기’ 교육을 해 졸업생이면 누구나 스포츠 하나, 악기 하나는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면서 “이런 교육이 협동심과 응집력을 길러준다”고 설명했다. 안암캠퍼스에서 기숙사 신축이 수년째 주민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에 대해선 “주민들에게 시설을 일부 개방하는 등 상생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면서 “기숙사 입주율이 높은 세종캠퍼스에서부터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처우 문제에 대해서는 “봉급을 대학 수준에 맞게 현실화할 것”이라며 “1년에 5%씩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지방 국립대 등에서 스카우트해 온 교수들도 ‘봉급이 오히려 줄어들어 놀랐다’고 할 정도”라면서 “좋은 교수를 모셔오기는 커녕 다른 대학으로 이탈하는 교수도 붙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정과 관련해선 “외국인 학생 유치에 힘을 쏟고 계약학과도 신설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내부 회계관리를 엄격하게 해 ‘새는 돈’을 잡아내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직원 복지제도도 개선할 계획이다. 그는 “어린이집 신설, 임직원 직계가족으로 건강검진 공제 확대 등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고려대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소통’이다. 그는 “2년 전 미래대 관련한 학내 갈등이 서로에게 상처만 입히는 소모전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며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면서 “학내 주요 현안이 생기면 교수와 학생, 직원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석하는 소통회의 ‘아고라’를 열겠다”고 말했다. 단과대 자율성도 최대한 높일 계획이다. 그는 “교수 초빙방식, 업적평가기준 마련 등을 단과대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 학장의 권한을 보장하겠다”면서 “대학 본부는 행정업무만 지원하는 ‘작은 본부 - 큰 대학’의 원칙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총장이 되면 봉급 전액을 발전기금으로 쓰겠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인생은 30년간 준비하고 30년간 일하고 30년간 봉사하는 ‘333’”이라면서 “‘고려대는 역시 다른 대학과는 다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란/이수빈 기자 archo@hankyung.com